오피니언 사설

[사설]기업 들러리만 세워선 '한국판 뉴딜' 성과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 정책을 통해 대한민국을 선도국가로 대전환시키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열어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이라는 큰 카테고리 아래 데이터 댐, 인공지능(AI) 정부, 스마트 의료 인프라, 친환경 모빌리티 등 10대 대표사업으로 일자리 190만개를 만들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160조원, 현 정권 임기 중 68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대공황기에 루스벨트 정부가 뉴딜정책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벤치마킹하려는 시도다.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는 구상은 바람직하고, 이 같은 전략이 성공하는 게 나라를 위해서도 좋다.


하지만 ‘한국판 뉴딜’ 구상이 제대로 성과를 낼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뉴딜의 상당수 사업들에는 신산업·신기술 육성보다 컴퓨터 교체, 무선네트워크 구축 등 단순한 것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친환경차 육성이나 AI·빅데이터 기술 개발 지원은 이미 주요 기업들이 하는 사업에 ‘뉴딜’로 포장하고 숟가락을 하나 더 얹은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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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뉴딜이 효과를 내려면 무엇보다 경제정책 기조를 ‘친시장’으로 바꿔야 한다. 뉴딜을 주도하는 것은 민간기업들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뛰며 혁신할 수 있도록 규제의 족쇄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 집중투표제·협력이익공유제 등 여당이 21대 국회 초반부터 밀어붙이려는 반(反)기업법안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노사관계도 수술해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뉴딜사업에 기업들을 들러리로만 내세운다면 열매를 수확할 수 없다. 미증유의 경제난을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기업들이 시장의 주인공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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