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가 끝나갈 무렵 한국의 인구는 절반으로 줄고 그 여파로 경제적 위상도 위축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워싱턴대학 의과대학 산하 보건계랑분석연구소(IHME) 연구진은 15일(현지시간) 영국 의학지 랜싯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같이 추산했다.
크리스토퍼 머리 IHME 소장이 이끈 연구진은 2100년 세계 인구 규모를 유엔의 추정치보다 20억명 적은 88억명으로 예상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전했다. 1950년 이래로 매년 1∼2%씩 증가해온 전 세계 인구는 2064년 97억여명으로 정점을 찍고 하락한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한국과 일본, 태국,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폴란드 등 아시아와 유럽 23개국에서는 그 무렵 인구가 절반 이상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연구진의 시나리오 속 한국의 인구는 2017년 5,267만명에서 2100년 2,678만명으로 반 토막 난다. 북한도 같은 기간 2,572만명에서 1,298만명으로 준다.
오늘날 세계에서 인구가 많은 중국도 인구 감소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2017년 14억1,200만명으로 추산되는 인구는 80년 뒤 7억 3,100만명으로 축소한다.
모든 나라의 인구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 인구는 약 30억명으로 지금보다 세배 가까이 늘어난다고 봤다. 특히 나이지리아 인구는 2017년 2억600만명에서 2100년 7억9,000만명으로 팽창할 전망이다. 머리 소장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는 상당한 경제적 기회겠지만 노동력이 줄고 인구 구조가 역피라미드로 변하는 아프리카 밖 대부분 나라의 경제에는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들이 인구 수준을 유지하고, 경제 성장을 이어나가려면 아이를 원하는 가정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유연한 이민정책을 도입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연구진은 제언했다. 유엔은 세계 인구가 2030년, 2050년, 2100년 각각 85억명, 97억명, 109억명으로 점점 늘어난다고 추산했는데, 유엔과 IHME의 추정치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출산율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엔은 저출산 국가를 중심으로 여성 1명당 출산율이 평균적으로 1.8명으로 늘어난다고 가정했지만, IHME는 여성이 UN의 추산보다 적은 1.5명 미만의 아이를 가질 것이라고 전제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출산율은 떨어지고 기대수명은 늘어나 통상 노인 기준 연령으로 삼는 65세 이상 인구는 23억7천만명으로 증가해 전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아울러 5세 미만 아동은 2017년 6억8,100만명에서 2100년 4억100만명으로 감소하지만 80세 이상 노인은 같은 기간 1억4천만명에서 8억6천600만명으로 증가해 80세 이상 인구가 5세 미만 인구보다 2배 많아진다. 이처럼 날이 갈수록 노동자와 납세자 규모가 쪼그라들면 해당 국가는 경제 성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이는 세계 질서 재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연구진은 내다봤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50년 미국의 GDP를 추월했다가 반세기 후 다시 2위로 떨어지고, 현재 28위에 머무는 나이지리아의 순위는 9위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의 GDP 순위에도 인구 감소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2017년 14위에 이름을 올린 한국은 2030년과 2050년 각각 15위에 머물다가 2100년 20위로 밀려난다고 연구진은 봤다. 랜싯 편집장 리처드 호턴은 이번 연구 결과가 “지정학적 힘이 급진적으로 변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이번 세기가 끝날 때쯤이면 인도, 나이지리아, 중국 그리고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가 다극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