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책꽂이]'채털리부인'의 로런스가 한국인의 사상과 맞닿았다

개벽사상가 D.H.로런스

백낙청 지음, 창비 펴냄




‘채털리 부인의 사랑’으로 유명한 20세기 영국문학의 거장 D.H.로런스(1885~1930)에 대한 당대 평단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반지성주의자’, ‘예언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고 대중은 그를 ‘성(性)문학의 대가’로만 여겼다. 그러나 ‘무지개’(1915)에서 로런스는 영국적 전통사회의 해체와 산업사회의 등장을 배경으로 공동체와의 유대를 끊고 기계문명 속에서 자기 자신으로 서려는 개인들의 모험을 그려냈다. 후속작인 ‘연애하는 여인들’(1920)은 근대사회와 온전히 대면한 주인공을 통해 근대 산업문명이 초래한 파괴적 결과를 비판했다.


문학평론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신간 ‘서양의 개벽사상가 D.H.로런스’는 동시대의 상식을 뛰어넘는 ‘사상가’로서의 로런스에 대한 노학자의 반 세기 연구와 고뇌를 고스란히 담은 책이다. 백낙청 교수는 서양의 전통적 사고방식은 물론 동시대의 상식마저 뛰어넘으려 한 로런스의 끈질긴 시도와 성취에 주목했다. 여기서 진일보해 서양정신사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로런스의 시도에 불교, 노장사상, 후천개벽사상 등 동아시아 사상을 접목해 문명대전환의 길을 살펴봤다. 정작 동아시아에 대한 탐구나 동학·원불교 등과는 연관 없었던 로런스에 대해 저자는 “후천개벽 사상가다운 면모를 보였다면 로런스가 그만큼 특별한 작가요 사상가였다는 방증일 것”이라며 “한반도의 후천개벽사상이 로런스 같은 서양의 훌륭한 작가와 만날 가능성을 내장하고 있다면 이는 한국인으로서 자랑이요 막중한 생각거리를 떠안은 꼴”이라고 밝혔다. 2만8,0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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