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여권의 유력 잠룡 및 서울시장 후보가 당정청이 그린벨트와 관련해 내는 메시지와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 눈길을 끌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자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통한 민심 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을 1년8개월, 서울시장 등을 선출하는 재보궐선거를 9개월 앞두고 벌써부터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 총리는 19일 한 방송에 출연해 지난 17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당정 간에 의견이 정리됐다”는 발언을 사실상 뒤집었다. 김 실장이 그린벨트 해제 검토 입장을 재확인한 것을 두고 나온 ‘해제 쪽으로 결론이 난 것 아니냐’는 분석에 대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고 언급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부동산 공급대책과 관련해 말을 아껴왔던 정 총리가 이례적으로 관련 발언을 한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 총리 발언을 듣고 좀 놀랐다”며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며 좀처럼 갈등을 유발할 만한 발언은 하지 않는 정 총리인데… 아마 그린벨트 해제가 아닌 다른 방식의 공급대책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 선 긋기’에 나선 여권의 주요 인사는 정 총리뿐만이 아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2위인 이 지사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정청의 그린벨트 해제 검토에 대해 “서울 핵심요지의 그린벨트를 훼손하는 방식보다 도심 재개발, 도심의 용적률 상향, 경기도 일원의 신규 택지 개발 등을 통해 공급을 늘리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추 장관도 18일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이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급기야 청와대도 관련 메시지를 재차 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에 관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참모진의 다주택 보유 논란을 촉발시킨 강민석 대변인이 최근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알려져 소동이 일기도 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강 대변인의 사의를 즉각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대변인은 이달 2일 노 실장이 반포 아파트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가 청주 아파트로 정정하며 청와대마저 ‘똘똘한 한 채’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국민적 공분을 샀다.
당정청 메시지에 반하는 여권 주요 인사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불만 고조 등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갤럽이 14~16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부정평가한 응답자 가운데 가장 많은 23%가 그 이유로 부동산정책을 꼽았다. 문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5월 넷째주(65%) 이후 7주 연속 하락해 지난주에는 46%까지 내려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원심력 강도는 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51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포인트다. 갤럽 조사 표본추출은 휴대폰 임의전화걸기(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집전화 RDD 비중은 15%다. 응답률은 14%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리얼미터, 갤럽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임지훈·허세민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