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다수라는 이름으로 독재 한다면 그 자체가 위헌이고 처벌 받아야"[청론직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권·민주주의 기초 등 근본가치는 어떤 상황서도 침해 불가

文 취임사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 강조 불구 진영 논리 집착

尹 총장 검언유착 수사, 장관 지휘권 수용 아니라 조정한 것

공수처 중립성 벗어나면 與 호위 조직 전락...檢 독립성도 중요




‘검언유착’ 사건 수사를 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에 벌어진 ‘법·검 갈등’이 봉합된 지 10여일이 지났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양측 간에 앙금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이달 말 예정된 고위직 검사 인사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등 민감 사안이 표면화할 경우 충돌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수라는 이름으로 독재를 한다면 그 자체가 위헌이고 처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상황에도 침해해서는 안 될 근본 가치가 있다면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학자로서 정치사회 현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장 교수를 20일 고려대 연구실에서 만나 ‘법·검 갈등과 헌법’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0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검찰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인사를 독립시키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상명하복이 아니라 상호존중 관계로 법률을 재해석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0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검찰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인사를 독립시키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상명하복이 아니라 상호존중 관계로 법률을 재해석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


-최근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충돌 사태를 어떻게 보는가.


△추 장관과 윤 총장 갈등의 근저에는 검찰 개혁이 있다. 검찰 개혁에 대한 논의는 박근혜 정부 말기에 최순실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청와대 영향을 받아 늑장·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데서 비롯됐다. 말하자면 검찰이 정치의 시녀 노릇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인사권을 통한 검찰 개혁에 집중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도 그런 식으로 해서 문제가 됐다.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방법론에서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휘를 수용했다. 검찰 수사의 독립성이 훼손된 것 아닌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나는 윤 총장이 나름대로 내부 교통정리를 한 것이라고 본다. 윤 총장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확실히 “아니다”라고 했지만 ‘검언유착’ 문제는 사안의 성격이 다르니 지켜보자는 쪽으로 조정한 것이다. 검언유착 사건은 검찰에 책임을 묻는 것이고 결국 총장의 책임이 된다. 총장이 간섭할 경우 유착을 덮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일선 수사팀에 맡기고 지켜보자는 것이다. 윤 총장 입장에서는 추 장관의 지휘를 수용하자는 얘기도, 거부하자는 얘기도 아니다.

-그럼 검찰은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해서는 확실히 반대했나.

△그렇다. 추 장관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까지 났지만 수사 과정에 외압이 있었으니 감찰하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윤 총장은 “잘못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감찰로 곧바로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인권 침해와 압력이 있었다면 감찰이 아니라 인권 담당이 하는 게 맞다”며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맡겼다.

-김대중 정부 당시에는 송정호 법무부 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은 채로 대통령 아들들의 구속을 지켜본 뒤 “임명권자의 두 아들을 (감옥에) 넣고 그냥 있을 수는 없다”며 사표를 냈다. 추 장관은 잘하고 있는 것인가.

△송 장관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한 것은 높이 평가된다. 추 장관은 오히려 정권의 입장을 대변해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깨뜨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만히 있는데 오히려 장관이 더 나아가고 있다. 법무부 장관은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추 장관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지휘해온 윤 총장에 대해 사실상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법치주의와 국기를 흔드는 것 아닌가.

△법무부 장관 임명이나 퇴임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에 달려 있다. 반면 검찰총장은 2년 임기를 보장받고 있다. 검찰 전체가 준사법기관이고 수사에서 객관·공정·중립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검찰총장 임기가 보장돼 퇴임시키는 게 안 되니까 알아서 물러나라는 식으로 여권이 계속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다.

-검찰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총장 인사권을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나 대법원장, 제3의 기관에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방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 것은 문제가 있다.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임명하도록 하다 보니 사법부가 삼권의 하나인데도 행정부와 상하관계로 전락한 것과 비슷하다. 총장에 대한 인사권 개선이 쉽지는 않다. 하나하나 세심하게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우선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하고 있는 검찰 인사의 독립이 필요하다. 또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를 상명하복이 아니라 상호존중이나 상호견제의 관계가 되도록 제도를 재해석해야 한다. 검찰총장에 대해 마치 해임이 가능한 것처럼 얘기하지만 임기 중 해임은 가능하지 않다.

-이달 말 검찰 인사 때 법무부와 검찰이 다시 충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에도 윤 총장에 대한 손발 자르기가 진행될 수 있다. 검찰은 공수처 설립에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굉장히 축소된다. 이런 상황에 검찰 인사가 지난번과 비슷하게 난다면 검찰의 반발이 없을 수 없다. 검찰 개혁이 아니라 완전한 무력화 내지 죽이기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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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의 대부분이 대통령과 대학 동문인 이성윤 지검장이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이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문제라지만 검사들이 전반적으로 의기소침해 일할 의욕을 잃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실제로 변호사나 법관으로 방향을 바꾸려고 옷 벗은 검사들이 최근 많아졌다고 한다.

-청와대와 여당이 공수처 출범을 서두르고 있는데.

△공수처의 핵심 문제는 세 가지다. 첫째는 공수처장 임명과 관련된 여야의 충돌이다. 공수처장의 중립성이 확보되지 못하면 공수처가 여당을 호위하는 조직이 돼 없는 것만 못하게 된다. 둘째는 공수처가 담당해야 할 사건 범위는 굉장히 넓은데 조직이 작다는 점이다. 셋째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권한이 대부분 경찰로 넘어갔는데도 공수처가 경찰이 아니라 검찰을 통제한다는 게 비상식적이라는 얘기다. 전체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도 예정돼 있다.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내려놓고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하도록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개정할 때 정부가 1년 내에 시행령으로 시행 시기를 정하도록 했다. 6개월가량 지났으니 곧 구체적인 얘기가 나올 것이다. 검경 수사권은 프랑스·독일 등의 대륙식에서 영미식으로 바꾸는 것인 만큼 그 자체가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문 대통령이 조정에 앞서 경찰 개혁을 주문했지만 경찰의 인권 침해 문제는 제대로 개혁되지 않고 있다. 자치경찰제도 제대로 도입되지 않았다. 경찰 내부 조직 정비도 별로 이뤄지지 않았다.

-판사·검사·경찰 등 사정기관의 제 식구 감싸기를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제 식구 감싸기는 윤리적 문제다. 전관예우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이런 것은 인지상정 때문이거나 비슷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고자 벌이는 경우가 많다. 우선 잘못된 행위는 대통령이든 청소부든 누가 하더라도 똑같이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둘째는 그와 관련해 시스템 자체가 투명해져야 한다. 자기들끼리 처리하다 보니 그런 식의 감싸기가 이뤄진다. 재판·수사의 과정은 공개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인사·징계는 철저히 공개하고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

-사법·정치·언론·지방자치 등 사회 대부분의 운동장이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이를 토대로 선거에서 뽑힌 정부가 합법적 독재를 한다는 정치학자들의 주장이 많다.

△세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 다수라고 해서 무엇이든지 다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민주 국가에 있어서 어떤 경우에도 침해해서는 안 되는 근본 가치가 있다. 인권과 민주주의·법치주의의 기초 등이다. 다수의 이름으로 독재를 한다면 그 자체가 위헌이고 처벌돼야 한다. 둘째, 다수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고 해도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 41%가량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으나 나머지 59%는 반대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또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의 의견도 존중하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자세로 국정에 임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라며 그런 부분을 굉장히 강조했지만 이후 행동을 보면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런 것들이 극단화하면 남북 갈등에 이어 남남갈등마저 첨예해져 글로벌 국가 경쟁력이 현저하게 약화할 수 있다.

-최근 자유민주주의·시장 경제·법치주의 등 헌법 가치가 파괴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렇다. 다수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자꾸 다할 수 있는 것처럼 하고 있는 게 문제이다. 최근 여당은 국회 원 구성과 관련해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했다. 최근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들이 하는 판결을 보면 편향성을 가진 경우가 많다. 사법의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이 깨어 있는 게 중요하다. 국민이 포퓰리즘과 민주주의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남미처럼 된다.

/오현환 논설위원 hhoh@sedaily.com



1960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서울 대광고와 고려대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고려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독일 프랑크푸르트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법대에서 헌법학자로 활동하면서 ‘민주헌법과 국가질서’ ‘헌법학’ ‘대한민국헌법의 역사’ 등의 책을 썼다. 국회 헌법연구자문위원회·개헌특위자문위원회·정개특위자문위원회 등의 위원과 헌법재판소 연구위원, 사법정책연구원 운영위원 등을 역임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0일 연구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성형주기자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0일 연구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성형주기자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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