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매년 출연재산의 1% 이상을 공익목적에 사용하지 않은 공익법인에 증여세를 추징하는 등 제재를 강화한다. 공익법인들이 후원금을 본래 목적에 맞는 곳에 쓰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정의기억연대 등 일부 공익법인에 대한 각종 부실회계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부가 대대적인 관리·감독 강화에 나선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23일 발표한 ‘2020년 세법개정안’에서 법인세법상 법정·지정기부금단체, 소득세법상 기부금 대상 민간단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공익법인·성실공익법인 등 명칭을 ‘공익법인 등’으로 합치기로 했다. 똑같은 단체를 세법마다 다른 명칭으로 불러 발생하는 불필요한 혼란을 막기 위해서다. 공익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과 상관없이 주식보유 한도를 기준으로 지정하는 성실공익법인도 없앤다.
복잡한 제도부터 정비한 정부는 공익활동 강화에 힘을 실었다. 공익법인이 출연받은 재산을 운용해 얻은 이자·배당소득에 대해서는 매년 공익목적에 써야 하는 최소비율을 70%에서 80%로 상향 조정했다. 또 공익법인이 출연받은 재산가액의 1% 이상을 매년 공익목적에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주식 5% 초과 보유분에 대해 증여세를 추가로 추징하기로 했다. 기존에 부과하던 미달 사용액의 10%에 달하는 가산세도 함께 책정한다. 발행주식 총수의 5%를 초과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공익법인은 과세관청에 매년 의무이행 여부를 신고해야 한다. 종전에는 5년 주기였다.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공익법인 자산총액의 0.5%에 이르는 가산세를 부과한다.
이번 공익법인 과세체계 정비는 기부금 운영이 불투명하다는 의혹을 받은 정의연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의연 사태 이후 공익법인들이 각종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번 세법개정은 공익법인이 소득이 생기면 건물을 사는 등 다른 목적으로 쓰지 말고 원래 사업 목적대로 쓰라는 취지”라며 “다만 공익법인 회계운영이 엉망인 만큼 국세청의 관리·감독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세종=조지원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