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법무장관이 부동산까지 개입...월권 논란 가열

■추미애 "부동산 사모펀드 수사"

범법행위 단속 통상업무라지만

개인철학 앞세워 금부분리 밀어붙여

"국토법무부 장관이냐"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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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부동산 전문 사모펀드를 금융투기자본으로 규정하고 검찰에 불법행위 단속·수사를 지시한 것이 알려지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추 장관이 처음 금부분리(금융·부동산 분리)를 주장할 때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둘러싼 논란에 한 마디 보태는 정도라는 인식이 많았으나 직접 수사 지시를 내림으로써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실제로 부동산시장 개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차명거래와 조세포탈 행위 등 부동산시장을 교란시키는 범법행위에 대한 단속은 통상 업무에 속하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개인 철학인 금부분리를 밀어붙이는 시도라는 비판도 적지 않아 향후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사 지시로 금융과 부동산을 분리해야 한다는 추 장관의 의중은 분명해졌다는 분석이다. 추 장관은 지난 1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서울 집값 상승의) 근본원인은 금융과 부동산이 한몸인 것에 있다”며 “한국 경제는 금융이 부동산을 지배하는 경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부터라도 금융의 부동산 지배를 막아야 한다”며 금부분리정책을 제안했다. 추 장관은 이튿날에도 “은행이 땅에서 손을 떼야지만 주거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금융거래에서 땅을 분리하는 방안을 소개한 조시 라이언 콜린스라는 학자의 저서를 추천하기도 했다.


추 장관은 금융자본이 부동산시장에서 활동하는 것을 옥죄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1순위 타깃은 ‘부동산 전문 사모펀드’다. 실제로 전날 검찰에 불법행위 단속 대상으로 기획부동산과 부동산 전문 사모펀드 등 금융투기자본을 가장 먼저 제시했다. 사모펀드를 기획부동산과 동일 항목에 묶은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기획부동산은 기본적으로 불법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업태를 일컫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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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장관의 이번 지시는 앞서 부동산펀드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동짜리 아파트 ‘삼성월드타워’를 사들인 것이 빌미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해당 거래가 알려진 다음날인 20일 추 장관은 SNS에 “강남 한복판에서 금융과 부동산의 로맨스가 일어나고야 말았다”며 “금융과 부동산 분리를 지금 한다 해도 한발 늦는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날 이지스가 새마을금고에서 받은 대출이 정부의 부동산 대출규제를 100억원가량 초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추 장관의 지시에 힘이 실리게 됐다. 이지스 측은 추 장관의 지시와 대출규제 초과 등에 대해 “해당 사안에 대해 확인 중”이라고만 답했다.

이처럼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부동산시장 개입에 나선 것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 추 장관 본인은 “부동산이 투전판처럼 돌아가는 경제를 보고 침묵한다면 도리어 직무유기”라고 했지만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도 않은 장관 개인의 철학에 근거해 부동산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월권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추 장관이 차기 서울시장을 겨냥해 본연의 업무인 법무행정이 아닌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금부분리는 듣도 보도 못한 소리”라며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국토법무부 장관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시장에 참여하는 금융자본을 투기세력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지나치다”면서 “금융이 없으면 부동산 개발을 할 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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