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일반신간]홉스 外




평생 논쟁적 삶을 산 홉스 전기

■홉스(엘로이시어스 마티니치 지음, 교양인 펴냄)=세상에 태어나 90여 년 동안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토머스 홉스를 수식하는 표현은 다양하다. 근대 이민 주권과 국민국가 이론에 혁명을 일으킨 정치 철학자, 기하학이라는 도구로 세계를 설명하겠다고 야심을 품은 수학자, 물리학으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했던 독실한 유물론자, 그리고 인민을 국가 형성의 주체로 세운 사회 계약론의 설계자. 영국에서 프랑스로, 다시 영국으로 이동하면서 집필한 그의 대작 ‘리바이어던’은 오늘날까지도 인문고적의 필독서로 꼽힌다. 하지만 당대의 영국 국교회 주교들은 그를 무신론자로 여겨 화형에 처하려 했다. 지극한 찬사와 격렬한 비판이 끊임없이 그의 이름을 두고 오갔다. 책은 이처럼 평생 논쟁적인 삶을 살았던 홉스의 일생을 완벽하게 살려냈다. 홉스를 이해하기 위한 역사적·문화적 배경을 설명하고, 세상이 여전히 홉스에게 던지는 질문에 대신 답한다. 2만9,000원.






괴벽스러운 천재의 일대기

■마르크스의 귀환(제이슨 바커 지음, 경희대 출판문화원 펴냄)=칼 마르크스는 실제 어떤 사람이었을까? 많은 이들이 그 이름에서 ‘급진적’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겠지만, 마르크스 연구의 권위자로 알려진 제이슨 바커 경희대 교수는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현재 대한민국 지배계급보다 마르크스가 오히려 더 온건하고, 보수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저서 ‘마르크스의 귀환’을 통해 끊임없이 돈 걱정을 하고, 여러모로 엉뚱했던 마르크스의 삶을 소설이라는 장르를 빌어 흥미롭게 풀어냈다. 책 속의 마르크스는 위대한 사상가의 면모를 보여주지 않는다. 한 가지 생각에 몰두하면 다른 건 모두 잊어버리고 마는 그는 방세가 밀리고, 자식들이 병들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세계’를 꿈꾼다. 그렇게 그가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몰두했던 구상이 세상을 뒤흔든 역작 ‘자본론’에 담긴다. 1만9,000원.



유명 미술상이 남긴 파리 미술계 이야기


■볼라르가 만난 파리의 예술가들(앙브루아즈 볼라르 지음, 현암사 펴냄)=19세기 말 프랑스 파리 라피트 거리의 한 화랑에서는 후일 미술사에 빛나는 별이 된 화가들의 개인전이 잇따라 열린다. 화랑의 주인은 당대 최고 미술상 앙브루아즈 볼라르다. 그는 주류 미술계에서 외면받던 무명 화가들의 잠재력을 알아보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책은 1937년 출간된 볼라르의 자서전 ‘어느 화상의 회고록’의 완역판이다. 회고록에 등장하는 예술가는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고갱, 드가, 로댕, 르누아르, 마욜, 마티스, 세잔, 피카소 등 직접 교류한 화가는 물론 건너 전해 들은 작가에 대한 평까지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볼라르는 세잔의 그림을 처음 봤을 때 ‘복부를 정통으로 맞은 기분’이 들었다고 책에서 회상한다. 2만2,000원.





우울증 걸린 정신과 의사의 치료기

■당신의 특별한 우울(린다 개스크 지음, 윌북 펴냄)=우울함은 한 가지 색으로 정의할 수 없다. 세상 모든 우울이 개인마다 각기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우울의 출발점, 경로도 제각각이다. 마음이 약한 몇몇 사람들만 우울증에 걸린다고 할 수도 없다. 오랫동안 내재된 마음의 상처가 원인이 돼 발현됐을 수도 있고,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가 우울을 촉발할 수도 있다. 책은 우울증과 싸운 경험이 있는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다. 자신의 고통을 회고하는 동시에 의사로서 만났던 내담자들의 사연을 전한다. 저자 린드 개스크는 10대 때부터 정신 건강 문제를 겪으며 약물 치료와 심리 치료를 모두 경험했다. 본인 문제를 먼저 털어놓음으로써 사회적 편견에 맞서는 동시에 ‘공감’이라는 키워드로 독자들을 다독인다. 저자는 우울은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넉넉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 질환이라고 말한다. 1만4,800원.



사랑했던 반려동물과 이별하는 법

■우리 개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면(제프리 마송 지음, 유노북스 펴냄)=개를 기른다는 건 엄청난 행복을 얻는 일이지만 그와 동시에 미래에 닥칠 슬픔을 감당하겠다고 각오하는 일이다. 반려동물과 헤어지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고 충격적이다. 어떤 이는 긴 시간을 함께 한 동물을 떠나보낸 후 깊은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동물의 정서적 삶에 관한 책을 다수 집필한 제프리 마송은 반려동물의 죽음 앞에서 깊은 슬픔에 빠졌던 사람들과 앞으로 그런 일을 겪어야 할 사람들을 위한 공감의 메시지를 책에 담았다. 저자는 동물을 위한 슬픔이 결코 비정상적이거나 병적인 일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떠난 반려 동물을 기리는 가장 좋은 일은 ‘지속적인 선행을 베푸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나아가 야생 동물의 죽음도 살펴본다. 또 아이들이 반려동물과 잘 헤어지는 법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1만5,000원.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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