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과 24일 폭우가 쏟아진 데다 만조 시간까지 겹치면서 부산 곳곳에서 비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한 침수된 지하차도에서 3명이 숨졌다.
24일 부산소방본부와 경찰, 부산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부산 동구 초량동 초량 제1 지하차도의 침수된 차 안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배수 작업 과정에서 발견된 이 남성은 지하차도가 침수되자 길이 175m 지하차도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소방 당국은 추정했다.
또 전날 오후 같은 지하차도에서 60대 남성과 30대 여성이 각각 숨졌다. 당시 200㎜ 넘게 쏟아진 호우 탓에 높이 3.5m의 해당 지하차도에 물이 2.5m 높이까지 차면서 차량 7대가 고립됐다.
이날 내린 집중호우는 시간당 강수량이 1920년 이래 10번째로 많았다.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23일 밤부터 해운대 211㎜를 비롯해 기장 204㎜, 동래 191㎜, 중구 176㎜, 사하 172㎜ 북항 164㎜, 영도 142㎜, 금정구 136㎜ 등 부산 전역에 물 폭탄이 쏟아졌다. 시간당 강우량은 사하구 86㎜, 해운대 84.5㎜, 중구 81.6㎜, 남구 78.5㎜, 북항 69㎜ 등 장대비가 단시간에 쏟아졌다.
여기에다가 만조시간(오후 10시 32분)까지 겹쳐 침수 피해가 컸다. 산사태, 옹벽 붕괴, 주택과 지하차도 등이 침수되면서 79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고 5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견인을 한 침수 차량은 141대에 달한다.
해운대구 우동 노보텔 지하주차장에서는 급류에 휩쓸린 3명이 구조됐다. 금정구 부곡동 한 아파트 인근 축대가 무너져지면서 20t 가량의 토사가 아파트 방면으로 흘러내렸고 기장군 기장읍 동부리 한 이면도로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1명이 구조됐다. 해운대구 반여동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해 구청에서 피해 상황을 확인 중이다. 남구 용당동 미륭레미콘 앞 도로에도 맞은 편 야산에서 토사가 흘러내려 통제됐다.
수영구 광안동에서는 옹벽이 무너져 주택 3채를 덮치면서 2명이 구조됐고 인근 주민이 긴급 대피했다. 중구 배수지 체육공원 높이 2m, 길이 40여m 담벼락이 넘어져 주차된 차량 4대가 파손됐다. 연제구 연산동 한 요양원 지하에서는 3명이 구조되기도 했다.
지난 10일 범람해 큰 피해가 났던 도심하천 동천은 이날 다시 범람해 차량과 주변 일대가 침수됐고 동구 범일동 자성대아파트도 침수되면서 주민 3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수정천도 범람해 주변 상가나 주택이 침수됐다. 오전 7시 기준으로 이재민은 동구 43명, 수영구 8명, 남구 6명, 기장군·중구 각각 1명씩 총 59명으로 집계됐다.
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 지하상가와 역사는 인근 도로에서 쏟아진 물에 침수되면서 전동차가 무정차 통과했다. 동해남부선 선로도 침수, 부전∼남창 구간 무궁화호 열차, 신해운대∼일광 구간에서 전철이 각각 운행 중지됐다.
연산동 홈플러스 인근 교차로, 센텀시티 등 도심 도로 대부분에서 허벅지나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차량이 운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24일 오전 5시 기준 부산소방재난본부에는 총 209건의 비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23일 오후 8시를 기해 부산에 내려진 호우경보는 24일 오전 0시 30분 해제됐다. 기상청은 24일 새벽까지 시간당 50∼90㎜ 내외, 25일까지 20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