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페이업체들은 고객의 충전금을 최대 100% 은행 등 외부에 예치해야 한다. 페이업체에 30만원까지 후불결제 기능을 도입하되 업체는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네이버통장’ 등은 투자금을 미래에셋대우가 운용하며 원금손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고지하는 등 이용자를 오인하게 해선 안 된다.
26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실상 금융업을 영위했지만 느슨한 소비자보호 정책을 취했던 ‘빅테크(네이버, 카카오 등)’, ‘핀테크(토스 등)’가 규제의 테두리로 들어오는 것이다. 디지털금융을 규율하는 전자금융거래법이 2006년 만들어진 후 전면 개정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 전자금융업자의 선불충전금에 대해 은행 등 외부에 예치·신탁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이용자의 돈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종합지급결제사업자·자금이체업자는 이용자 자금의 전액을, 대금결제업자는 50% 이상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 페이업체와 스타벅스 등이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00페이로 최대 30만원 후불결제 가능 |
네이버통장, 카카오페이에서의 개인간(P2P) 대출 모집 등 플랫폼과 금융사와의 연계가 확산하자 규율체계도 도입했다. 소비자가 명칭, 제조·판매·광고의 주체 등을 오인하지 않게 하도록 했다. 또 플랫폼에서 금융상품을 추천할 때 플랫폼의 이익에 맞춰 상품을 편향적으로 노출할 수 없게 했다.
마이페이먼트, 종합지급결제업자 신설 |
국민의 금융자산을 조회해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마이데이터’ 업무가 다음 달 시작하는 가운데 마이페이먼트까지 도입되면 업체가 자산조회-추천-투자실행 등 재테크 전체를 실행할 수 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현재의 전자상거래에서 자금 이체는 여러 절차를 거치지만 마이페이먼트가 도입되면 단순화돼 소비자는 그만큼 적은 수수료를 내는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종합지급결제사업자도 도입한다. 현재의 전자금융업자는 은행 등 금융사와 연계된 계좌만 개설이 가능하지만 종합지급결제업자가 되면 고객의 결제계좌(Payment Account)를 직접 발급·관리한다. 급여 이체, 카드대금·보험료·공과금 납부 등 계좌에 기반한 다양한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은행과 달리 예금과 대출 업무는 제한된다. 금융위는 “당국이 신청을 받아 지정하며 금융시스템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히 감독할 것”이라며 “일반 전자금융업자 대비 강화된 건전성과 이용자보호 규제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자본금 3억으로 금융업 가능...스몰라이센스 도입 |
자본금이 얼마 없어도 금융업에 진출하는 스타트업이 많아지게 ‘스몰라이센스’도 도입한다. 현재는 전자금융업에 진출하려면 최소 자기자본이 5~50억원이 있어야 하지만 법 개정을 통해 3~20억으로 낮춘다. 일단 7개로 쪼개져 있는 전자금융업종을 △자금이체업 △대금결제업 △결제대행업으로 줄이고 각각 최소자본금을 20억, 10억, 5억으로 했다. 새로 만들어지는 종합지급결제업자는 200억, 마이페이먼트는 3억이다.
이번에 00페이에서 후불결제 가능 금액을 30만원으로 정한 것에 대해 금융위는 일부 후불결제 기능이 있는 하이브리드 체크카드의 한도가 30만원인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100만원까지 허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렇게 되면 국민 대다수가 카드보다는 페이를 쓸 수 있고 각종 규제를 받는 카드사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자 한도를 적게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권 단장은 “신용카드는 신용등급 7등급 이상인 사람만 발급받을 수 있는 반면 후불결제는 꾸준히 소액결제를 이용하고 차질없이 상환했다는 것만 입증하면 이용할 수 있어 주부·학생 등 금융이력이 적은 계층에 금융 편의성과 접근성을 제공하고 금융이력 축적의 기회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페이업체의 충전한도도 최대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려 전자제품 등도 살 수 있게 했다.
플랫폼, 소비자 오인않게 정보명시...상품배열 인위적 개입도 금지 |
사고 발생 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한다. 공인인증서 위변조, 해킹 등 특정한 기술적 사고에 대한 금융사 책임을 이용자가 허용하지 않은 전자금융거래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 확대하고 이용자가 허용을 했는지 여부는 금융사가 직접 입증하도록 했다. 개인정보 도용에 따른 부정결제는 현재는 누구의 책임인지 불명확하지만 이렇게 되면 금융사의 책임범위에 포함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세부안 놓고 진통 예상 |
빅테크, 핀테크를 규제 테두리 안에 넣는 것이지만 전통 금융사와의 역차별 논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플랫폼이 금융상품을 소개할 때 여러 행위규제를 지켜야 하지만 가령 빅테크는 원금 손실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문구 등을 어디에 명시할지 등 세부적인 방안을 두고 빅테크와 금융사간 갈등이 예상된다. 현재 페이업체는 충전을 하고 결제를 하면 결제금액의 2.5%를 적립해주는 등 리워드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위는 소비자가 플랫폼에 이용정보를 제공한 데 따른 보상이므로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카드업계에서는 불만을 품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금융사는 빅테크가 쇼핑정보는 물론 검색정보도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빅테크는 반대인 점도 주요 쟁점이다. 금융위는 다음달 중 발족할 금융사-빅테크-당국 협의체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