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현실을 모방하고 재창조하는 시뮬레이터로 재평가받고 있다. 정교한 코딩기술로 현실의 물리법칙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옮겨 넣는 이른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기술은 게임산업의 핵심요소로 이는 다른 산업분야에 빠르게 파급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세계적 게임엔진 개발사 ‘유니티’가 있다.
김인숙 유니티코리아 대표는 26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화학·건설 등 분야를 막론한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협업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 전 분야에 자사의 게임엔진기술을 응용함으로써 각 분야 기업들이 디지털 경영으로 전환(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2D(2차원) 선체 도면작업을 게임엔진을 통한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하는 삼성중공업 ‘무(無)도면 프로젝트’가 대표적 사례다. 김 대표는 “무도면 프로젝트는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고, (관련 부서와) 두 번째 프로젝트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니티는 LG CNS와도 손잡고 지난해 1분기부터 물류센터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했다. 김 대표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물리적인 상황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기존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와 달리 게임엔진은 현실 속 물리법칙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며 “현실 공장과 동일하게 모니터링이 가능해 오작동에 대응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물류센터 운영이 효율화된다”고 전했다.
디지털로 건물의 정확한 가상모델을 생성하는 기술인 ‘빔(BIM)’ 설계도 유니티의 전공분야 중 하나다. 유니티는 현재 국내 대형 건설사들과 랜드마크 등 각 지역의 건물을 가상환경에서 구현해 수명주기·재작업에 따른 비용 관리 등 다방면에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디지털 전환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유니티는 에픽게임즈와 더불어 전 세계 게임엔진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게임엔진은 게임의 그래픽 화면을 정교하게 구현해주는데 기반이 되는 소프트웨어(SW)다. 유니티 엔진이 다른 분야 산업계에서도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다양한 전자기기들과 호환이 되고, 4차 산업혁명 속에 각 분야에서 속속 도입되는 가상·증강현실(AR·VR)환경에서도 작동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유니티는 멀티 플랫폼을 최초로 지원한 게임엔진”이라며 “한국에서도 지멘스의 암베르크 공장처럼 유니티의 게임엔진을 이용한 완전한 가상공장을 조만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