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직관"…프로야구 시즌 첫 관중입장에 팬들은 방긋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무관중 경기로 시즌을 시작한 야구장에 올해 첫 관중 입장이 허용됐다.

26일 KBO는 경기장 수용 가능 인원의 10% 이내로 관중 입장을 시작했다. 지난 5월5일 무관중으로 2020시즌을 개막한 지 82일 만이다. 다만 경기를 보면서 친구·연인·가족과 ‘치맥’(치킨과 맥주)을 즐기는 풍경은 볼 수 없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가족들도 칸을 띄고 앉아야 한다. 아쉽게도 침방울이 튈 우려가 있는 구호나 응원가를 외치는 행위나 접촉을 유도하는 응원도 제한된다.

이날 ‘한국 야구의 메카’ 서울 잠실구장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었지만, 오랜만에 야구장을 찾은 팬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입장 시작 시각인 오후 3시께부터 LG와 두산 유니폼을 입은 야구팬들이 잠실구장에 몰리기 시작했다. 발열 검사와 티켓 확인, 전자출입명부 QR코드 스캔 과정 등 여러 과정을 거쳤지만, 불평을 드러내는 팬은 없었다. 한 LG 팬은 “지난해 30경기 이상 관람한 열혈팬인데, 올해 무관중 경기가 계속돼 삶의 낙이 없었다”며 “운 좋게 표 구매에 성공해 아들과 함께 야구장에 찾았다”고 올해 첫 ‘직접 관람(직관)’ 소감을 전했다. 40대 두산 팬은 “한 사람당 티켓 2장씩만 구매할 수 있어서 아내와 장남은 데려오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kt wiz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리는 경기도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도 오후 3시 15분께부터 팬들이 입장했다. 약하게 비가 와서 팬들은 우산을 쓰고 경기장을 지켰다. kt 신인 소형준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온 중년 팬은 “어떻게 보면 오늘이 개막전이잖아요”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작년에도 홈 경기를 다 보고 원정 경기도 웬만하면 찾아가서 봤는데, 올해는 지금까지 기다려야 했다”며 “오늘 경기는 안 볼 수가 없는 경기다”고 강조했다.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잠실구장엔 약 40명의 국내 취재진과 AP통신, AFP통신 등 총 7개 외신이 찾아 KBO리그 첫 관중 입장 모습을 취재했다.



감독들도 올해 처음으로 팬들 앞에서 경기하니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이 든다고 입을 모았다. 류중일 LG 감독은 “오랜만에 관중들의 얼굴을 보니 반갑다”며 “선수들은 더욱 힘을 내고 집중력 있게 경기에 임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강철 kt 감독은 “마침 어제 승률 5할을 맞춰서 개막전을 새로 시작하는 것과 똑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이동욱 NC 감독은 “다시 팬들이 오신다고 하니 조금 설렌다. 관중의 함성을 들으면서 경기할 수 있는 것 자체로 다시 시작점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잠실구장은 전 좌석의 약 10%인 2,424석을 개방해 전석이 매진됐다. 키움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린 고척 스카이돔도 1,647개 좌석이 다 팔렸다. 총 관중석의 10%인 약 2,000명의 관중을 받을 수 있는 케이티위즈파크에는 1,800명의 팬이 찾았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진행하는 광주와 대전 경기는 무관중으로 열렸다.

한편 입장 관중 수가 너무 적다는 의견도 있었다. 잠실구장 내 한 매장 직원은 “올해 처음으로 매장을 열었는데, 예상보다 손님이 적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관중들이 적은 데다, 좌석에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없어 그런 것 같다”며 “하루빨리 코로나 19문제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