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더 오래가기 위해 수술 결단...후배들에 롤모델 되고 싶어요"

■양 손목 수술 뒤 다시 뛰는 신지애

코로나 강제 휴식 '은퇴 체험' 같아

재활훈련 매진하며 샷 감각 점검

작년 JLPGA 60대 타수 대기록

日상금왕 이루면 '한미일' 모두 석권

국내에 마스크 기부만 2만5,000장

요샌 드로잉에 빠져...꾸준히 할 생각

프로골퍼 신지애가 인터뷰 중 환하게 웃으며 얘기하고 있다. /오승현기자프로골퍼 신지애가 인터뷰 중 환하게 웃으며 얘기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은퇴 체험판’을 경험하는 중이랄까요? 하지만 ‘진짜 은퇴’는 아직 멀었어요. 더 오래 골프 하려고 양 손목 수술까지 했으니까요.”

한국인 최초의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이자 한국·미국에서 여자프로골프 투어 상금왕을 지낸 신지애(32).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뛰는 그는 지난해 12월1일 끝난 투어 챔피언십 리코컵 이후 8개월간이나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올 시즌 JLPGA 투어가 단 1개 대회만 치렀기 때문이다. 신지애는 6월에 열렸던 이 대회의 디펜딩 챔피언이었지만 일본 정부의 입국 규제에 막혀 참가하지 못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영구 시드권자라 언제든 국내 대회에 출전할 수 있지만 손목 수술 등으로 상황이 여의치 못했다.


최근 성금을 전달하기 위해 서울 중구의 중앙자살예방센터를 찾은 신지애를 만났다. 신지애는 “(코로나19로) 전혀 경험한 적 없는 오랜 휴식기를 가지다 보니 처음에는 당황스러움이 컸는데 최근 들어 투어 준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체력훈련에 매진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그동안 비시즌 동계훈련에만 익숙했는데 뜻하지 않게 하계훈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벌써 5년째 중앙자살예방센터를 통해 자살 유가족 자녀를 돕고 있다. 오래 전부터 꾸준한 자선활동으로 다양한 계층을 돕고 있는 신지애는 이번 코로나 사태 때도 팔을 걷어붙여 이 센터 등 국내외 여러 곳에 마스크를 전달했다. ‘마스크 대란’ 당시부터 지금까지 국내에 기부한 마스크만 총 2만5,000여장이다.



‘덕분에 챌린지’ 포즈를 취하는 신지애. /오승현기자‘덕분에 챌린지’ 포즈를 취하는 신지애. /오승현기자


6월 이후 다시 멈춘 JLPGA 투어는 다음 달 중순께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신지애는 다음 달 초 이벤트대회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에 나서 샷 감각을 점검한 뒤 일본 복귀 일정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상금왕은 놓쳤지만 JLPGA 투어 역사상 최초로 60대 평균타수 대기록을 세운 그는 “제 목표가 아직 거기(JLPGA 투어) 있다. 국내에서 후배들이나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정말 좋은데 넘어가서 해내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투어에서 통산 57승이나 쌓은 신지애의 남은 목표는 일본 상금왕이다. 한미일 투어에서 모두 상금왕을 경험한 선수는 아직 없다. 신지애는 일본에서 2018년 상금 2위, 지난해 상금 3위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여름부터 손목 부상에 시달렸는데 올봄에 (시즌 개막 연기로) 잔디가 아닌 매트에서 오래 연습하다 보니 상태가 악화했다”며 “프로 15년 차지만 여전히 골프를 워낙 좋아하는 만큼 이참에 올 시즌뿐 아니라 더 멀리 보고 다 낫고 가자는 생각에서 수술대에 올랐다”고 털어놓았다. “시즌이 재개되면 또 한 번 열심히 달려보려 한다. 각각의 스윙과 상황들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근육운동을 많이 하고 있다”는 신지애는 “다만 수술도 받고 휴식기도 길었던 만큼 조급해하지 않는 게 우선인 것 같다”고 했다.

신지애는 코로나로 인한 강제 휴식을 ‘은퇴 체험판’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언젠가 은퇴하고 나면 이런 시간이 주어지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롱런에 대한 간절함도 더 커졌다고 한다. 후배들을 위한 생각도 많아졌다. 신지애는 “은퇴 시기들이 점점 빨라지다 보니 선수로서 오랫동안 더 꿈꿀 수 있는 쪽으로 롤모델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런 면에서 가능성을 제시하는 선배가 되기 위해서라도 더 오래 잘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해부터 드로잉(선으로 그리는 회화표현)에도 빠져있는 신지애는 최근 ‘지구사랑’을 주제로 한 공동 전시에 작품을 내놓기도 했다. “분명 취미인데 압박감도 많다. 저만의 시선에 포착된 사물을 어떻게 표현해낼지에 대한 고민 때문”이라며 웃어 보인 그는 “드로잉도 골프처럼 즐기면서 열심히 할 수 있게 꾸준히 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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