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與 '감사원장 흔들기' 논란… "文정부 탈원전 감사서 뭔가 걸렸나"

월성1호기 조기폐쇄 감사 결과 이르면 내달 발표

송갑석 의원, 최 원장 "대선 41% 지지뿐" 발언 공개

최근 조사받은 백운규는 "송 의원 주장은 사실"

'한수원 폐쇄 결정은 부당' 결론시 '탈원전' 타격

진중권 "수 틀리면 감사원장도 갈아치울 사람들"

최재형 감사원장. /연합뉴스최재형 감사원장. /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타당성 감사 결과가 조만간 발표를 앞둔 가운데 여권이 최재형 감사원장 흔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감사원이 청와대와 여당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면서 곳곳에서 최 원장을 압박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정관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기관인 감사원은 이르면 내달 월성1호기 조기폐쇄 감사 결과를 내놓는다. 국회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최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당시 책임자들을 불러 재차 조사했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문제는 이에 대한 여권의 반응이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제보를 근거로 “감사원장이 ‘대선에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는 등 국정과제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며 “감사원장이 이런 발언을 해도 되느냐”고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물었다. 정 총리는 이에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뭐라고 평가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백운규 전 장관은 지난 26일 한겨레신문을 통해 “(송 의원이) 최재형 감사원장이 한 발언이라고 소개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밝히면서 파장은 커졌다. 백 전 장관은 “최 원장이 지난 4월9일 감사위원회 직권심리를 주재하면서, 2017년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 대통령이 ‘월성 1호기는 전력수급 상황을 고려해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한수원 사장이 할 일을 대신 한 것’,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 하냐’는 발언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장의 이런 발언에 귀를 의심했을 정도로 경악했고, 직권심리에 참석했던 공무원들도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에 대한 도발적 언사’라는 시각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연합뉴스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연합뉴스


감사원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실제보다 저평가됐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지자 최 원장의 비공개 발언이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이 만약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한 한수원 결정이 부당했다는 쪽으로 결론을 낼 경우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뿌리부터 타격을 받게 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7일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첨부한 뒤 “갑자기 왜 감사원장을 공격하고 나선 건가”라며 “혹시 감사에서 뭔가 걸렸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이 사람들 평소 하는 짓을 보면 수틀리면 감사원장도 갈아치울 사람들”이라며 “대체 뭐가 나오려고 하길래 미리 변죽을 울리는 건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감사 결과 발표 일정은 전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관련기사



월성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타당성 감사 결과는 현재 예전 기한을 다섯 달 가까이 넘겼다. 감사원은 앞서 지난 4월9일과 같은 달 10일, 13일 잇따라 관련 감사위원회를 열어 감사보고서 발표에 대한 기대를 높였지만 결국 결론을 내리는 데는 실패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감사가 지나치게 길어지자 감사원이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여론을 의식해 감사 결과 발표를 미루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같은 의혹은 최재형 원장이 4·15 총선을 하루 앞두고 나흘 간 휴가를 떠나면서 더 고조됐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그러나 최근에는 감사 결과 연기가 오히려 ‘다음 정부 때도 뒤탈이 없을 만큼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최 원장의 의지 때문이라는 주장이 더 힘을 얻는 분위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부 감사를 의심해 네 차례나 감사를 진행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등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게 최 원장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감사원은 세 차례 감사위원회가 막 끝난 4월20일 감사 담당자도 바꿨다.

최 원장은 지난 6월5일 이례적으로 언론보도들에 대한 입장을 내고 “나를 비롯한 감사원 구성원들은 언론의 이러한 보도들이 직무상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고히 지키며 법과 원칙에 따라 감사를 수행하여 헌법과 법률에 의해 주어진 감사원의 사명을 다하라는 국민의 기대와 우려를 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조사하여 빠른 시일 내에 월성1호기 감사를 종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최 원장은 지난 2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과거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난 정부에서 했던 중점적인 사업이나 시책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감사하거나 수사하면서 문제 삼았던 경험들이 있었던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적어도 감사원이 정말 정권의 눈치를 본다든지 이런 부담 때문에 제대로 감사해야 할 사항을 미루다가 정권이 바뀐 뒤 감사하는 것은 되풀이하면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윤경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