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열린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대북송금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진실을 끝내 감출 수는 없다”며 “본인은 서명한 사실을 부인했지만, 대북송금 문제는 판결문에 의하더라도 북한과 내통한 증거로 (국정원장에)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주 원내대표는 박 후보자가 문화관광부 장관이었던 2000년 당시 3년 동안 30억달러 규모의 대북지원을 이면 합의했다는 내용의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제시했다. 해당 합의서에는 기존 ‘남북합의서’와 동일한 필체의 박 후보자 서명이 담겨 있었으나, 박 후보자는 이를 ‘위조’라며 전면 부인했다.
주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전 전파를 탄 YTN라디오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박 후보자의 대북송문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그는 “제가 그 서류를 어디서 위조해서 만들어 제출했겠느냐”며 “제가 볼 때는 믿을 수밖에 없는 전직 고위 공무원 출신이 (합의서를) 사무실에 가지고 와서 ‘이런 일이 있었는데 청문회 때 문제 삼아 달라’고 해서 제시했던 것”이라고 문서의 입수 경로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박 후보자는) 처음에는 기억이 없다고 하다가 그다음에는 사인하지 않았다고 하다가 오후에는 하지 않았고, 위조한 것이라고 (말 바꿔) 이야기했다”며 “‘원본을 제시할 수 있느냐’ 이런 질문이 돌아왔는데 만약 그 서류가 진실이라면 평양에 한 부가 있고, 우리나라에 한 부가 극비 문서로 보관돼 있지 않겠느냐. 그런 원본을 저희들이 어떻게 입수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청문회 때 제시한 문서는) 사본이고, 다만 베이징에서 2000년에 해당 문서를 만들 때 관여한 사람이 여러 사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래서 증언들이나 이런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 사실 여부가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의혹에 대해 박 후보자는 공개 청문회에서 서명 사실을 적극 부인하며 “저를 모함하기 위해 (서명을) 위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이후 진행된 비공개 청문회에서 “북한 송호경과 구두로 ‘현금지원은 안 되지만 ADB(아시아개발은행), IBRD(국제부흥개발은행) 등 민간기업 투자로 20억~30억달러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는 원론적 이야기를 했다”며 공개된 합의서와 유사한 맥락의 대화는 오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서명 여부에는 확실히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주 원내대표는 여러 근거를 들어 박 후보자가 국정원장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장은 안보기관의 수장이지 북한과 대화하고 협상하는 기관이 아니다. 개념 설정부터 잘못됐다”며 “박지원 후보자가 이전에 이병기(제32대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해서 국내 정치를 많이 해서 위험성이 있다고 했는데, 박지원 후보자는 그런 점에서 보면 훨씬 더 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특검과 대법원 판결로 확인됐던 대북송금 문제는 판결문에 의하더라도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북한 측과 내통한 증거로 (국정원장에) 부적합하다”며 “또 미국과의 신뢰(가 부족하다). 소위 정보기관들끼리는 정보 교류가 있는데, 그 정보기관이 수장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고급정보를 주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과연 박지원 후보자가 정보 보안을 지킬 것이냐. 이런 것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문회에서 주요 사안으로 다뤄졌던 박 후보자의 학력 위조 문제도 언급했다. 주 원내대표는 “(박 후보자가) 단국대학교 편입할 때 조선대학교 5학기를 마친 뒤 단국대에서 3학기를 수료한 것으로 최초 서류에 나오는데, 실상 조선대에 다닌 흔적이 전혀 없다”며 “그러다 보니 2000년경에 조선대에서 편입했다고 하는 사실을 지우고, 광주교대에서 편입했다고 바뀌어 썼다. 그런데 광주교대는 4학기밖에 없기 때문에 6학기 째로 편입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선대를 5학기 다니다가 왔다고 어떻게 입학할 때는 서류를 낸 것 같은데 그것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자 광주교대로 바꿨는데, 거기서 치명적 꼬리를 남긴 셈”이라며 “4학기 같으면 6학기에 편입이 안 되는 것인데,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