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에 따르지 않고 일관성 없는 의결권 행사를 하고 있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30일 나왔다.
감사원은 30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연금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2015년 6월 SK와 SK C&C 합병안에 반대표를 던진 의결권 행사 과정을 예로 들며 의결권 행사에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당시 해당안에 대한 자체 판단이 어렵자 전문위원회에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해 달라고 의뢰했고 그 결과를 수용했다. 당시 합병에 따른 존속법인 사내이사 후보는 조대식 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었지만 국민연금은 SK와 SK C&C 합병 비율·시점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반면 국민연금은 조 의장이 지난 2016년 3월 SK 그룹 계열사 기타비상무이사에 상정됐을 때는 찬성표를 행사했다.
국민연금은 또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사내·사내이사 등 임원선임에서 해당 후보가 기업가치 훼손 등 이력이 있는지 따질 때 법원의 1심 판결 등 국가기관의 판단 여부를 참고해야 하지만 이를 무시한 사실도 조사됐다. 감사원은 국민연금이 일부 후보에 대한 기업가치 훼손 여부에 대한 국가기관의 판단 없이 반대표를 행사한 것이 8건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과당 배당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의결권 행사 기준이 없는 점도 감사원은 문제로 봤다. 국민연금의 적정배당 여부 판단 기준에 ‘최근 3년 가중평균 배당성향 10% 미만’ 등 과소배당에 대한 사항은 있지만, 과다배당은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지난 2018년 결산 기준으로 적자를 본 27개 기업에 배당금이 지급되고 11개 기업은 이익을 초과하는 배당금을 받았지만 국민연금은 이를 반대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목표가 부재하다는 점도 비판을 받았다. 복지부는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의 재정목표를 설정해야 함에도 이를 정하지 않아 장기적인 재정안정 달성 여부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없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