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과거지향 '진영 정치' 벗고 국가발전 위한 '통합의 정치'로 가야 [서울경제 창간 60년]

[창간기획] 이제는 미래를 이야기하자 <상> 정치

與, 적폐·과거사 청산에 집착...포스트 코로나 준비 소홀

이념·진영논리에 '부동산 롤러코스터'...교육·원전 대혼란

與野 '국가 백년대계' 정책 공유, 견제·균형 장치도 구축을




176석의 거대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요즘 과거사 관련법 개정에 가일층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제주4·3사건특별법 개정안을, 28일에는 여수순천사건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법안 모두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된 것으로, 민주당은 다수 의석의 힘으로 이번에는 반드시 입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집권여당의 지난 역사 바로잡기를 무조건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회에서 무소불위 수준의 의석을 확보한 거대여당이 과거에 매달리느라 당장의 핵심과제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일에 소홀하지나 않을까 하는 국민들의 우려가 큰 것 또한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문재인 정부는 집권 이후 줄곧 적폐청산에 방점을 찍어왔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언급된 100대 과제 중 1번이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이었다. 이후 검찰을 동원한 대대적인 적폐수사가 이어졌고, 2017년 9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임원과 10월 국가정보원 소속 정모 변호사, 11월 변창훈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12월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공무원들도 적폐몰이에 줄줄이 휩싸였다. 현 정부가 출범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전 정부 때 이른바 ‘윗선’의 암묵적 지시에 따라 서부발전 사장에 특정 후보를 추천한 사실이 발각돼 국장급 공무원이 구속됐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전 정부의 노사정책에 관여한 근로기준정책관이 좌천돼 퇴직했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공무원이 대거 수사 또는 징계를 받았다.

문제는 적폐청산이 국가의 미래를 설계해야 할 공직자들을 순치시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안목과 행동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한 관료는 “소위 ‘오더’ 없이 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도 국장급은 물론 젊은 서기관까지 옷을 벗었다”며 “지금 누가 정부와 여당의 잘못된 정책에 반대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실제로 과거지향의 이념적 정치문화와 진영논리로 인해 발생한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조세 정책은 ‘증세’로 급선회하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16년 4월 당시 정치권에서 논의되던 ‘증세’에 반대하는 대응전략 내부보고서를 통해 ‘증세는 경기회복과 성장잠재력 확충에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정했지만, 정부가 바뀐 뒤 2017년 세제개편안에 소득세(42%)와 법인세(25%) 최고세율을 인상하는 안을 담았다.



탈원전 정책 또한 혼란의 와중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5년 2월 제35회 전체회의를 열고 13시간의 마라톤 논의 끝에 7,000억원을 들여 수리한 월성1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뒤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1호기의 경제성 등을 들어 조기폐쇄를 결정한 뒤 원안위에 운영변경 허가를 신청했고, 원안위는 2019년 12월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승인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2019년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7.6%에서 최대 35%로 늘리는 내용이 담기자 재가동 승인이 난 원전이 폐기 처분된 것이다. 결국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이 적정했는지에 대해서는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대출과 세제를 완화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다시 규제지역을 확대하고 대출도 옥죄었다. 주택공급은 설계에서 입주까지 5~ 6년이 걸리는데, 정권마다 부동산 정책이 180도로 바뀌는 탓에 집값을 예측할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

교육 정책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로 자율형사립고를 확대했지만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오는 2025년까지 자사고와 외국어고 등을 모두 폐지하기로 하며 정책을 뒤엎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통합의 정치부터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국가이익·국민생활과 밀접한 정책은 과도한 이념보다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중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만 해도 수요·공급의 원칙과 괴리된 정책이 계속 발표되고, 가격을 통제하겠다는 개념도 나온다”며 “철학이나 이념이 (부동산·에너지 등의) 정책에 고려될 수는 있지만 시장을 기본적으로 무시한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국가의 장기발전을 위한 밑그림은 여야를 떠나 공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이 2015년에 내놓은 ‘제조 2025’는 30년 후에 미국을 넘어서겠다는 장기계획이다. 미국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대외 핵심전략은 버락 오바마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로 넘어와도 유지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집권세력은 우리가 절대 선(善)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임기 내에 차별적인 성과를 내려 한다”며 “어떤 정책도 순식간에 할 수 없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치가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결국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구조에 대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영국처럼 한국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용되도록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제는 안정성을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기는 하지만 현재 국회에 비해 정부와 특히 청와대가 과도한 권력을 제도적으로 보장받고 있다”며 “고위당정협의회를 보다 자주, 그리고 내실화해 운영하고 무엇보다 참석자 범위를 야당 의원들에게까지 넓히는 것이 국회 개혁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박진용·김혜린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김혜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