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강철비2' 양우석 감독이 분단 문제를 다시 꺼낸 이유

2년반 만에 핵협상·평화협정 다룬 신작 선봬

"한반도 주변국 서로 다른이해 관계 다뤄"

"미중전쟁 예고한 책 '예정된 전쟁'서 영감"

'변호인''강철비1' 때처럼 논란 있겠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상상력과 백가쟁명"

‘강철비 2 : 정상회담’의 양우석 감독./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강철비 2 : 정상회담’의 양우석 감독./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2017년 9월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1년 전보다 핵 폭발 위력이 5배나 컸다. 국제사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같은 달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화성-12형)을 쏘아 올리더니 11월엔 신형 ICBM급 탄도미사일(화성-15형)까지 발사했다. 미국은 전쟁 옵션을 검토했다.

그러던 중 영화 한 편이 그 해 말 개봉했다. 영화 ‘변호인’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던 양우석 감독의 두 번째 작품 ‘강철비1’이였다. 북한 내부 쿠데타에 개성공단이 쑥대밭이 되고, 북한 최고 지도자가 남한으로 피신하며, 한반도가 핵 전쟁 위기에 처한다는 영화 줄거리가 관객들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그로부터 2년 7개월이 지난 2020년 여름. 양 감독은 다시 한 번 한반도 분단을 다룬 영화를 선보였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강철비2 : 정상회담’이다. 그는 왜 두 번씩이나 ‘분단’ 문제를 상업 영화를 통해 끄집어낸 걸까. 이를 물어보기 위해 양 감독을 최근 인터뷰했다.

영화 ‘강철비2’ 스틸컷. 한국 대통령은 정우성, 북한과 미국 정상은 유연석과 앵거스 맥페이든, 북한 호위총국장은 곽도원이 맡았다./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영화 ‘강철비2’ 스틸컷. 한국 대통령은 정우성, 북한과 미국 정상은 유연석과 앵거스 맥페이든, 북한 호위총국장은 곽도원이 맡았다./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양 감독은 “강철비1이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한 결정권이 완전히 남과 북의 손에 맡겨져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판타지에서 시작한 변화구라면 이번 작품은 미중 갈등과 일본의 견제 등 복잡한 지형 속에 휘말려 들어간 한반도라는 리얼리티에서 시작한 돌직구”라고 설명했다.

강철비2는 북핵 반출과 평화 협정 등을 추진하기 위해 북한 원산에서 만난 남북미 정상이 북한 군부 쿠데타 세력에 의해 납치돼 핵잠수함 안에 갇힌 후 벌어지는 이야기다. 현실 이슈인 일본의 독도 도발과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로의 야욕, 일본과 중국의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분쟁, 북중 순치(脣齒)관계 등도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역사적 사실과 현재 진행형 분쟁 그리고 영화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가상의 상황이 절묘하게 오고 간다.



'투키디데스 함정' 미중 대립에 한반도 휩쓸려
양 감독은 강철비1을 마무리한 직후 운명처럼 만난 책, 그레이엄 앨리슨의 ‘예정된 전쟁’이 강철비2 구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묘하게도 강철비1 개봉 이후 한반도 상황이 급변했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 올림픽에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직접 찾아오고, 네 차례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 북미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만나 악수했다. 미국 정상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기도 했다. 모든 이벤트가 영화보다 더 극적으로 전개됐지만, 영화 같은 결말은 없었다. 분단 이야기를 한번 더 해야겠다는 양 감독의 결심은 더 굳어졌다.


양 감독은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꼭 해드려야 (감독으로서) 도리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래야만 전작에 이어 상호 보완적으로, 복합적으로 분단에 관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책이 이번 영화에 많은 영향을 줬다”며 “그래서 엔드 타이틀에 예정된 전쟁의 원제인 ‘데스틴드 포 워(Destined For War)를 넣기도 했다”고 밝혔다.



‘예정된 전쟁’은 미국과 중국의 전쟁 가능성을 역사적 사례를 빌어 분석한 책이다. 외교 전문가들이 미중 갈등을 설명할 때 종종 사용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신흥 강국과 기존 패권국이 부딪히면서 전쟁 위기가 커지는 상황)’이라는 용어가 이 책에서 처음 등장했다. 양 감독 입장에서는 한반도 분단 문제가 미중 갈등 구도 속에 휘말려 들어갔음을 다시 말해야 했던 것이다.

물론 양 감독이 분단 현실에 대한 거창한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영화를 만든 건 아니다. 양 감독은 “프란츠 카프카가 말하길, 작가는 사이렌을 울리는 사람이라고 했다”며 “영화 감독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불이 났을 때 사이렌을 최대한 크게 울리는 것까지가 감독의 역할이고, 화재 진압에 참여할지 말지에 대한 결정은 관객의 몫이라고 했다.



"논란도 괜찮다, 백가쟁명 필요해"
전작 ‘변호인’ ‘강철비1’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여러 논란이나 평점 테러 등이 있을 것이라는 점도 충분히 각오했다고 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가 주변국들에는 이익이 아닐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우리 국민들이 꼭 알았으면 한다”며 “영화로 인해 많은 분이 다양한 상상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양 감독은 “가만히 있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독”이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상상력과 백가쟁명”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운명에 대한 무관심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적이라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양 감독은 “영화는 영화이기에 과도하게 무겁거나 진지하게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영화는 정치 스릴러, 블랙 코미디, 잠수함 액션이라는 세 가지 뼈대 위에 만들어졌다. 특히 후반부 잠수함 액션은 영화적 긴장감과 짜릿함을 시원하게 선사한다. ‘궁금한 건 절대 못 참는’ 감독이 직접 공부해 영화 속에 구현해 낸 독도와 그 주변의 해저 해산 지형도 몹시 흥미롭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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