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나흘간 버디 25개로 우승한 유해란 “버디 잡으면 저축하는 느낌”

KLPGA 제주삼다수 2연패… “세 번째 챔피언 조 경험, 생각 바꿨더니 우승”

유해란(가운데)이 2일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동료들의 축하 물총세례를 받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연합뉴스유해란(가운데)이 2일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동료들의 축하 물총세례를 받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해란(19·SK네트웍스)은 지난해 ‘골프여제’ 박인비와 세계랭킹 1위 고진영 앞에서 우승했지만 태풍 영향으로 대회가 2라운드로 축소된 탓에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1년 뒤 같은 대회에서 유해란은 조금의 아쉬움도 남기지 않았다. US 여자오픈 디펜딩 챔피언 이정은의 거센 추격을 뿌리친 끝에 첫날부터 끝까지 선두를 지키는 와이어투와이어 기록으로 대회 2연패와 통산 2승째를 챙겼다.

유해란은 2일 제주 세인트포CC(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72홀 최소타 우승 타이기록인 23언더파 265타로 정상에 올랐다. 2위 이정은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상금 1억6,000만원을 받았다. 지난 시즌은 추천선수 신분이어서 올 시즌 신인 자격을 유지한 유해란은 신인상 포인트 1위를 굳게 지켰고 상금순위에서도 8위에서 5위(약 3억3,200만원)로 올라섰다. 신인의 타이틀 방어는 김미현·박세리·송보배에 이어 역대 네 번째다.


유해란은 4라운드에 버디 5개와 보기 하나로 4타를 줄이는 등 나흘간 버디 25개를 몰아치고 보기는 단 2개로 막았다. 대회 그린 적중률은 무려 87.5%(63/72)에 이르렀다. 3라운드에 버디만 7개를 쏟아부어 2위 이정은과 5타 차 선두로 도망갈 때부터 우승은 가까워져 있었다. 다음은 유해란과 일문일답.


4라운드 1번홀 티샷 뒤 밝은 표정으로 이동하는 유해란. /연합뉴스4라운드 1번홀 티샷 뒤 밝은 표정으로 이동하는 유해란. /연합뉴스


-우승 소감은.

“대회 나오기 전부터 편하게 즐기면서 플레이하자는 생각이었는데 생각대로 돼서 우승까지 이어진 것 같다. 루키가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와서 우승한다는 게 드문 일인 것으로 아는데 해내서 다행이고 매우 영광이다.”

-초반에 답답하고 긴장됐을 것 같은데 어떻게 흐름을 바꿨나.

“버디가 안 나왔지만 빨리 안 나왔을 뿐이지 후반에 많은 홀이 남아서 조급해하기보다는 넓게 보자는 생각이었다. 캐디 오빠가 옆에서 계속 버디는 언젠가는 나온다고 조언해줘서 차분하게 경기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터닝포인트는 13번홀이었다. 보기를 기록했지만 급해지기보다는 차분해지고 무엇보다 기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버디로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본인의 강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이번 대회 아이언이 잘 떨어졌는데 남들보다 미들 아이언과 롱 아이언을 조금 더 편하게 치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압박감을 이겨내기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이겨냈는지.

“압박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초반에 퍼트에서 터치 실수가 나와서 오늘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홀이 많이 남았으니 편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찬스를 더 살리자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올 시즌 들어 챔피언 조 경험이 세 번째인데 처음이랑 두 번째는 잘 치고 싶은 생각이 강했고 결점 없이 플레이하고 싶은 생각이 앞서서 (우승을) 놓친 것 같다. 그래서 우승은 내 마음대로 안되는 것 알았고 급해질 필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생각을 바꿨다.”

-올 시즌 루키 첫 우승인데.


“대회 나올 때 ‘우승을 해야겠다’ ‘톱10에 들어야겠다’ 이런 목표를 잡지 않는다. 괜히 더 신경 쓸 것 같아서…. 예선 통과만 하자는 생각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 하반기에도 그런 생각으로 하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다. 시즌이 아직 남았기 때문에 자만하지 않고 착실히 신인상 포인트를 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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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인데 작년 우승과 다른 점은. 이 순간 생각나는 사람이 있나.

“방금 알았다. 와이어투와이어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이다. 작년보다 올해가 더 좋아진 것은 더 차분해 진 것이랄까. 결과를 먼저 생각하지 않고 차분해진 것 같아서 플레이가 좋아진 것 같다. 아무래도 숙소나 집에서 항상 뒷바라지 해주시는 부모님이 가장 생각난다. 그리고 지금까지 도와주신 많은 프로님들께도 감사하고 대회 전에 몸 풀어주시는 팀글로리어스 등등 감사할 분이 너무 많다.”

-베테랑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원래 성격이 어떤가.

“원래 성격 자체가 급하지도 않고 차분하고 낙천적이다. 근데 플레이는 작년까지 조금 급했던 것 같아서 차분하게 플레이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더 이루고 싶은 것은.

“올해 모든 대회 컷 통과가 목표인 것 같다. 딱 정한 것은 없지만 추구하는 것은 ‘반짝’하고 없어지는 선수가 아닌, 대중에게 많이 기억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마인드 컨트롤 방법이 있나.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차에 타면 뭐가 잘 됐고 안 됐는지 생각하는 편이다. 잊어버려야 할 것은 잊어버리려고 한다. 그런 과정이 성숙하게 성장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제주 대회에 강한 이유가 있나. 우승 상금으로는 뭘 하고 싶나.

“삼다수 대회랑 잘 맞는 것 같다. 잘 쳐야겠다는 것보다는 ‘즐기다 가자’ 이런 마인드로 쳤더니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은데 사실 잘 모르겠다. 우승 상금은 부모님이 알아서 하시지 않을까.”

-티샷부터 마무리까지 경기력이 좋았다. 좋아하는 선수나 추구하는 플레이는.

“다른 선수의 스윙이나 경기를 잘 안 보는 편이라 모르겠다. 원하고 추구하는 플레이는 차분하게 버디를 저축하는 플레이다. 상황마다 어떻게 버디를 잡을지 고민하고 버디를 잡으면 저축하는 느낌이 난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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