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일본 기업 자산에 대한 압류 명령’을 두고 한일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포문을 연 것은 일본 정부였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기업의 자산이 강제 매각될 경우 “관련 기업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일본 기업의 정당한 경제활동 보호 관점에서 온갖 선택지를 시야에 넣고 계속 의연하게 대응하고 싶다”고 한국 정부에 칼 끝을 겨눴다. 이는 일본 기업의 자산이 실제 현금화할 경우 맞대응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한국 측에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한국정부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등 모든 대응수단을 준비하고 있다며 응수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지소미아는 날짜에 구애받지 않고 우리 정부가 언제든지 종료 가능하다”고 맞받아쳤다.
다만 양국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한일갈등에 따른 피해 누적 등을 고려해 전면전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 조치 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대화를 통한 해결을 일본 측에 거듭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구체적인 대응방안은 구체적인 조치가 나왔을 때 실제 대응이 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하며, 외교채널을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임과 일본 정부의 보다 적극적이고 성의 있는 호응을 기대한다”고 수위 조절에 나섰다.
일본정부도 한국 법원의 강제매각 절차를 추가 보복조치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하면서도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진 않았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기업의 자산이 강제매각 절차에 돌입하는 상황을 가정해 “그렇게 될 경우 적당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이날 정부 관계자가 “실제로 자산 매각을 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는 선”이라고 설명했다고 일본 정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관련 기업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도 한국 법원의 압류 명령에 대해 즉각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이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 정국에서 일본 기업이 한국의 사법절차에 응한 첫 번째 사례다. 즉시항고를 하면 법률적으로 압류 명령 집행정지 효력이 발생하는 만큼 실제 현금화 조치까지 한일은 협상 기간을 더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아베 신조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일본 내부의 국면전환을 위해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베 총리는 그간 정치적 위기 때마다 반한 감정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한 바 있다.
실제 아베 총리의 정치적 기반인 집권 자민당 의원들 일부는 3일 한국 법원의 일본 기업 자산 강제 매각이 이뤄질 경우 한국 정부에 실효성 있는 큰 제재를 부과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결의안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