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원구 상계동의 ‘상계주공 6차’ 전용 59.28㎡는 지난 7월 초 3억원에 전세거래가 체결됐다. 해당 평형의 6월 전세 실거래 가격은 2억원. 한 달 새 1억원이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57주째 고공행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가가 1억원 오르는 사례는 흔치 않다. 하지만 ‘상승률’에 주목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2억원에서 3억원으로 50%가 뛰었기 때문이다. 강북구 미아뉴타운의 ‘두산위브트레지움’ 전용 84.99㎡도 6월 말 4억원에 전세 실거래가 이뤄졌는데 한 달 후인 7월 말에는 이보다 25% 오른 5억원까지 전세가가 올랐다
‘임대차 3법’ 입법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7월 들어 서울 하위 40%에 속하는 아파트 전세 가격이 상위 20%에 해당하는 단지보다 더 큰 폭으로 뛴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임대차 3법 시행과 맞물려 서울 공급물량까지 줄어들며 ‘전세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3억원 이하의 중저가 전세가가 고가 전세보다 높은 상승 폭을 보이며 서민들의 주거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 중저가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 더 높다=5일 KB국민은행에서 발표한 7월 1~5분위별 서울 아파트 전세가 증감률을 살펴보면 상위 20%인 5분위 아파트의 전세가 상승률보다 하위 40% 구간에 해당하는 1~2분위의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이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가장 상승률이 가팔랐던 구간은 2분위(하위 20~40%)였다. 6월 3억4,045만원이던 평균 전세가가 7월에는 3억4,987만원으로 900만원 넘게 오르며 2.77%에 달하는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하위 20%(1분위) 평균 전세가도 1.54%(2억992만원→2억3,347만원), 하위 40~60%(3분위) 평균 전세가는 1.72%(4억3,097만원→4억3,841만원) 올랐다.
반면 상대적으로 전세가가 비싼 4~5분위의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은 1%대 초반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평균 전세가가 8억원대로 가장 높은 5분위(상위 20%)의 7월 전세가 상승률은 1.31%이었고 상위 20~40%에 해당하는 4분위의 경우 6월 5억5,121만원에서 1.03% 오른 5억5,687만원으로 나타났다.
◇임대차 3법이 바꾼 풍경=7월 이전까지만 해도 전세가가 높은 아파트의 전세가 상승률도 컸다. 6월만 봐도 그렇다. 6월에는 평균 전세가가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구간이 2.03%의 증가율을 기록한 상위 20%(5분위) 아파트였다. 그다음이 상위 20~40%(4분위)로, 증가율이 1.58%였다. 반면 하위 20%(1분위)와 하위 20~40%(2분위) 아파트의 경우 전세가가 각각 0.95%, 0.63% 오르는 데 그쳤다. 올 상반기(1~6월) 증가율을 비교해봐도 4분위와 5분위가 각각 4.49%와 4.09%의 증가율을 기록할 동안 1분위와 2분위는 이의 절반 수준인 2.15%·1.66%밖에 오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7월 들어 전세가가 8억원을 넘어서는 상위 20% 아파트보다 2억~3억원대의 하위 40% 구간의 전세가 상승률이 더 높게 나타남에 따라 서민의 주거환경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임대차 3법 이후 임대인들이 4년 치 전세금을 한꺼번에 올리는 등 출구전략을 마련하면서 전세가가 상승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고가 주택에 대한 수요는 급격하게 움직이지 않는 데 비해 중저가 보증금의 임대차 계약의 경우 고가 임대차에 비해 유동성이 크다 보니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임대차 3법인데 ‘규제의 역설’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