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예쁘지 않아 죄송한데요, 어쩝니까. 보시는 게 다인데"

[책꽂이] 퀸 메릴

배우 메릴 스트립의 연기와 삶

에린 칼슨 지음, 현암사 펴냄




“진짜 못생겼네. 뭘 이런 걸 데려왔어?”


1976년 리메이크 영화 ‘킹콩’의 오디션 현장. 무명의 미국인 연극 배우를 보며 제작자 디노 드 로렌티스가 이탈리아어로 불평했다. 여느 배우라면 기죽어 오디션 현장을 빠져나갔을 테지만, 또 이탈리아어를 못 알아들은 채 연신 긴장의 웃음만 보냈을 테지만 ‘진짜 못생겼다’는 그는 이탈리아어로 되받아쳤다. “기대만큼 예쁘지 않아서 죄송한데요, 어쩝니까. 보시는 게 다인데.” 당당하게 오디션장을 박차고 나온 이 대단한 여인은 지금까지 40여 년간 60편 넘는 영화에 출연하고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세 번이나 거머쥔 메릴 스트립이다.



미국 연예 기자가 쓴 신간 ‘퀸 메릴’은 남학생·응원단장·비틀즈·아름다움에 열광(?)했던 10대 소녀 시절부터 배우로서의 전성기, 네 아이의 엄마가 되며 경험한 새로운 세상, 중년 여배우의 고민 등 메릴 스트립이 걸어온 길을 주요 작품·캐릭터와 함께 풀어낸다.

반핵운동, 환경운동, 여성운동 등 정의로운 싸움에 앞장서고, 할리우드의 유리 천장을 깨기 위해 몸소 부딪쳐 온 메릴 스트립. 그녀의 이름 앞에 ‘여왕(퀸)’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단지 그녀의 놀라운 연기력만을 칭송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2만 원.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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