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028260)이 2,000억원 규모 기업어음(CP)을 순발행했습니다. 상반기 시장성 자금조달을 줄여가면서 혹시 모를 유동성 리스크에 대비하던 것과 다른 모습입니다.
크게 낮아진 단기금융시장 금리와 최근 안정적인 시장 분위기를 감안해 자금 조달시장을 다시 찾은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물산은 이날 3개월물 CP를 0.72% 금리로 발행했습니다.
같은 신용등급(A1) 동일 만기 증권의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가 평가한 평균 금리) 0.89%보다도 17bp(1bp=0.01%포인트) 낮습니다.
회사는 삼성전자(005930) 5.01%, 삼성생명(032830)보험 19.3%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 보유로 그룹 내 최상위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올해 1·4분기 기준 보유 중인 상장 지분이 약 18조1,000억원으로 총차입금 4조2,530억원(리스부채 포함)을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보유 자산에 기반한 차입금 대응능력이 아주 우수한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네요.
다만 단기성차입금 규모가 많은 것은 다소 부담입니다. 회사의 총 차입금 4조2,530억원 가운데 단기성차입금은 75.8%에 해당하는 3조2,252억원입니다.
단기성차입금은 향후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규모를 말합니다. 지금처럼 자본시장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상황엔 문제가 없겠지만 또다시 시장이 경색돼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경우 자금조달 통로가 막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삼성물산은 최근 주로 기업어음이나 건설 현장을 대상으로 한 유동화증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추세입니다. AA+등급 우량한 신용도에도 불구하고 2017년 이후 공모 회사채 시장에 발길을 끊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