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巨與 내년도 팽창예산 요구…이대로 가다간 '빚속의 곳간' 갇힐듯

당정, 이달말 '2021년 예산안' 발표

재보선·대선 정치적 변수 겹치자

巨與, 재정지출 확대 강하게 요구

증액땐 560조 넘어 '울트라 슈퍼예산'

40년뒤 국가채무비율 '100%' 넘을수도

0615A01 국가 본예산



거대 여당이 내년 예산 증가율을 올해 본예산(512조3,000억원) 대비 10%대로 높이는 방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경제 역동성 회복을 위해 확장재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내년 세입여건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거여(巨與)의 팽창지출 드라이브에 정부가 끌려가면서 재정수지 개선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5일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당정은 다음주 본격 협의를 거쳐 2021년 예산안을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정치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올해 세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총지출을 대폭 늘렸던 기조를 이어가 본예산 대비 10%는 증액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지난달 지방자치단체와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지역 현안사업과 한국형 뉴딜을 중심으로 확장재정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총지출 증가율은 2019년(9.5%)과 2020년(9.1%) 2년 연속 9%대였다. 내년에 두자릿수로 증가하면 56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여당에서는 추경을 모두 포함할 경우 올해 총지출 규모가 546조9,000억원이어서 실질적으로 재정지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고 정부를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내부적으로는 10%대 인상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도 없지 않다. 400조원대의 10%와 500조원대의 10%대는 10조원이나 차이가 나는 만큼 전체 나라살림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 증가율을 3년 연속 대폭 높이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출에 따른 재정의 성장기여도도 따져보고 경기전망과 세입전망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오는 2060년까지의 장기 재정전망도 병행하고 있는데 40년 뒤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올해 43.5%에서 100%대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세수입은 줄어드는데…선거 전 또 도진 '票퓰리즘'


0615A04 재정수지03


각 부처가 지난 6월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내년 예산 요구액은 올해 본예산 대비 6.0% 증가한 542조9,000억원이다. 하지만 2019년에도, 올해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본예산안은 부처 요구액보다 10조원 이상 많았고 이 같은 확장재정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판 뉴딜 예산이 오는 2022년까지 31조3,000억원에서 49조원으로 대폭 늘어나는 변수까지 생긴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기 대응, ‘선거’라는 정치적 변수까지 겹치면서 현 정부의 재정지출 드라이브는 거칠 게 없는 모양새다. ‘나라 곳간지기’인 기재부가 번번이 당에 끌려간다는 우려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전 재정학회장)는 5일 “여당이 워낙 거대해져서 기재부가 반대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겠느냐”며 “가뜩이나 지금 정부가 재정지출을 성장률보다 높게 써왔는데 코로나19가 겹치면서 막을 명분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내년 4월은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재보궐선거가 열린다. 또 2022년 3월 대통령선거, 6월 지방선거가 있어 현 정부로서는 내년이 성과를 내야 하는 시험대인 셈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거대 여당이 재정지출 확대를 강력히 요구하는 배경이다. 정권을 잡은 입장에서는 퍼주고 표를 얻기 위해 확장재정을 지속하려는 정무적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달 각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권역별 예산정책협의회를 진행하며 이러한 기조를 설명했다. 당청은 올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과정에서도 과감한 재정지출을 강조하면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당초 기재부가 생각했던 50%에서 100%로 확대하기도 했다. 여당 관계자는 “추경을 반영한 총지출을 감안하면 본예산 대비 10%여도 크게 증액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추경을 포함한 총지출은 2019년 475조4,000억원에서 올해 546조9,000억원으로 확대됐고 여당은 이 규모를 사실상 기준점으로 여기는 셈이다.


정부도 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 우리 경제의 역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내년까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견지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올해 본예산(512조3,000억원)에서 10%면 560조원대까지 불어나고 이러한 흐름이면 2022년 예산은 6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2017년 400조원 시대를 연 지 불과 5년 만에 200조원이 증가하는 것이다. 문제는 보건·복지·고용 분야를 중심으로 한번 늘리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의무지출이 계속 확대되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 예산은 2018년 11조5,000억원에서 내년에 15조원까지 증가한다. 고교 무상교육 전면 시행에 따라 내년에 1조원 가까운 예산이 추가 투입된다. 기재부는 9월3일까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관련기사



아울러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세입부족분을 메우는 세입경정 규모가 11조4,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세수 증가세 제약이 가장 걱정거리다. 기재부는 지난해 293조5,000억원이었던 국세수입이 올해는 279조7,000억원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종합소득세와 법인세는 올해 실적을 기반으로 내년에 걷기 때문에 경기 반등이 있더라도 세수는 기대치만큼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지출을 위해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국가채무와 재정수지 적자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내년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면서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더 키우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3차 추경 시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8%인 112조2,000억원으로 예측하면서 2021년과 2022년도에는 각각 4.7%, 4.6%로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보다 내년 세수가 더 들어오기는 하겠으나 법인세가 가장 큰 변수”라고 설명했다. 익명의 한 국책연구기관 전문가는 “내년에 경제회복이 되더라도 올해 성장률이 워낙 낮아 세수 기반이 떨어진다”며 “불확실한 상황인 만큼 일단 필수적인 지출을 중심으로 보수적으로 편성한 다음에 추가로 할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달 공개될 '장기재정전망'…나랏빚 시나리오는 비극으로


기획재정부가 이달 말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40년 이후 재정상황을 예측한 내용을 담은 장기재정전망도 함께 공개할 계획이다. 5년 전인 지난 2015년 첫 장기재정전망을 내놓은 후 두 번째다. 국가재정법 시행령은 기재부가 적어도 5년마다 40회계연도 이상을 대상으로 재정전망을 하도록 하고 있다. 첫 추계 때는 45년 후를 내다보고서 오는 2060년까지 추계했는데 올해는 시계(視界)를 5년 단축해 40년 후까지의 재정전망치를 내놓는 방안을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사는 대표적 재정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얼마까지 치솟느냐다. 5일 기재부 안팎에 따르면 올해 43.5%(3차 추가경정예산 기준)인 이 비율이 2060년에는 100%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수직상승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불과 5년 전 첫 추계 당시 국가채무비율이 62.4%(시나리오1)까지 상승하는 데 그칠 것이라던 전망과 괴리가 크다. 이때 정부는 세출 구조조정과 함께 새로운 의무지출이 도입되지 않는다는 전제까지 달아 국가채무비율이 40% 이내에서 관리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어선 상황에서, 이 같은 차이는 기본적으로 과거 추계가 과도하게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데서 기인한다. 여기에 예상보다 가파른 고령화, 저성장, 복지지출 증가가 동시다발적으로 더해졌다. 당시 기재부는 재량지출이 경상성장률만큼 늘어나는 것을 전제로 국가채무비율이 62.4%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기재부가 내놓은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만 봐도 해당 기간의 재량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6.9%에 이른다. 기재부가 예상하는 올해(0.6%)와 내년(4.8%) 경상성장률과 차이가 크고, 이마저도 기대가 반영된 전망치다. 지난해도 경상성장률은 1.1%에 그쳤지만 전년 대비 재량지출 증가율은 8.6%였다.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증가가 자명한 상황에서 되레 관련 사업을 키우면서 총지출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30만원씩 지급하는 기초연금이 대표적이다. 내년부터 기초연금 수혜 대상은 소득 하위 40%에서 70%로 확대된다. 기초연금 예산은 2019년 11조4,000억원에서 올해 13조1,000억원, 내년에는 14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국가채무비율 40% 이내 안정적 관리’의 기본전제로 깔아놓은 자연증가 재량지출액 중 10% 세출 구조조정도 비현실적일뿐더러 경직성 예산인 의무지출이 50%를 넘어선 현 상황에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세종=황정원·한재영·하정연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한재영·하정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