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류호정 분홍 원피스가 죄? "국민 대변하는 자리" vs "지금은 2020년"(종합)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잠시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잠시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 ‘최연소 국회의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참석한 것을 두고 친여(親與)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부적절한 옷차림’이라는 지적을 넘어 여성을 비하하는 듯한 댓글까지 이어지는 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류 의원을 향해 쏟아지는 성적 비하 발언이 성희롱이며,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반면, 한편에서는 지나친 비하는 문제지만 전국이 물난리로 사망자와 수재민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에 원피스 차림으로 출근하는 것 또한 상황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100만 당원 모임에 게시판에는 류 의원의 옷차림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문제는 건전한 비판 가운데 사실상 성희롱에 속하는 발언도 난무했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원은 정의당을 향해 “정의당이 아니고 보도당”이라고 비하하는가하면, “커피 배달 왔다”, “눈요기 감으로는 화대가 너무 많이 나간다”, “노래방 도우미 알바 하냐”, “별풍선 쏴줘야 하냐”, “아예 벗고 와라” 등 수위 높은 희롱성 댓글도 쏟아졌다.

반면 성적 비하 의도를 담은 발언을 경계하면서도, 류 의원의 ‘분홍색 원피스’가 국민을 대변하는 의회에 출석하는 자리에는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민주당원은 “의복이라는 것은 장소와 상황에 맞게 입어야 한다”며 “국회는 친구를 만나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을 대변하는 곳인 만큼 국민의 시선도 헤아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른 당원은 “전국이 물난리가 나 상황이 좋지 않다”며 “정의당은 약자를 보호하고 대변하는 정당 아니냐.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상황에서 열린 국회라는 점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5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원피스 복장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100만 당원 모임 페이스북 캡쳐5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원피스 복장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100만 당원 모임 페이스북 캡쳐


한편, 여권 내 여성 의원들은 류 의원의 옷차림을 지적하는 의견에 대해 잇따라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정의당은 조혜민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지금은 2020년”이라면서 강한 유감을 표했다. 조 대변인은 “의정 활동에 대한 평가가 아닌 여성 정치인의 외모, 이미지로 평가함으로써 정치인으로서의 ‘자격 없음’을 말하려고 하는 행태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날을 세운 뒤 “중년 남성의 옷차림은 탈권위일 수 있고, 청년 여성의 옷차림은 정치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하는 태도는 이중잣대에 불과해 불편함을 감출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조 대변인은 “그동안 여성 의원의 경우, 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화려한 색의 옷차림을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면서 “상대에게 고압적으로 소리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모습이 되고 원피스를 입은 게 문제시되는 작금의 현실에 유감을 표하며 지금은 2020년임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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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를 지낸 배복주 정의당 여성본부장도 “올림머리, 투피스 정장만 예의 있는 건가?”라고 반문하면서 “비슷비슷한 스타일. 다들 이유가 있겠지만 나름대로 편하게, 개성있게, 스타일링 하시는게 국민을 닮은 국회로, 탈권위적이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문화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류 의원의 옷차림을 옹호했다. 그는 “류 의원의 모든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오히려 국회의 과도한 엄숙주의와 권위주의를 깨 준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유시민의 ‘빽바지’. /연합뉴스유시민의 ‘빽바지’. /연합뉴스


앞서 류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등원했다. 이날 류 의원의 복장은 전날 열린 청년 국회의원 연구단체 ‘2040청년다방’ 포럼에 참석할 때 입었던 옷으로 전해졌다.

같은 포럼에 참석했던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류 의원의 국회에 해당 원피스를 입고 참석한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포럼) 당일 인사말과 그전 행사 준비 중에 가벼운 이벤트로 ‘오늘 복장으로 내일 본회의에 참석하기’를 준비했다”며 “그날 류호정 의원은 원피스를 입었고, 저는 청바지를 입었었다. 결론적으론 저만 약속을 못 지킨 꼴이 됐다”고 전했다.

유 의원은 17년 전 유시민 전 개혁국민정당 의원의 이른바 ‘빽바지’ 사건과 이번 류 의원의 복장 논란을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 같은 논란이 일어나고 그때보다 더 과격한 공격에 생각이 많아진다”며 “지금 논란을 보자니, 2040년에도 비슷한 논쟁이 반복될지도 모르겠단 ‘합리적 우려’가 된다”고 덧붙였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03년 4월 개혁국민정당 소속으로 재보궐 선거에 당선해 처음 국회에 입성했을 당시 국회의원 선서를 위해 재킷에 티셔츠, ‘빽바지’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 일부 의원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이렇게 류 의원의 원피스 복장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자 네티즌들은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국회법 제25조(품위유지의 의무) 위반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하기도 했다. 국회법 제 25조에는 ‘국회의원으로서 품위 유지 규정’이라는 포괄적 조항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떠한 의복을 착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조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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