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백상논단]미래는 인재 확보에 달려있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서울대 명예교수>

中은 거액 연구비·아파트 등 제공

美기업 신입 엔지니어는 억대 연봉

후발주자 韓은 제대로 대우 안해

교포 과학기술자 네트워크 활성화

인재 공유 등 국가가 전폭 지원해야

이우일 과총 회장이우일 과총 회장



미국 유학 때의 일이다. 당시 전공 분야의 권위자였던 지도교수가 미국 어느 대학에 새로 학과를 만드는 데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 자문해주는 것을 옆에서 들을 기회가 있었다. 상대방이 계속 실험 장비와 공간에 대해서만 묻자 지도교수는 정색하면서 이렇게 잘라 말하는 것이었다. “우선 능력 있는 사람을 뽑으시오. 사람만 있으면 장비와 공간은 저절로 따라옵니다.” 그때만 해도 모든 것은 장비와 자금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기에 필자는 그 충고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이 말을 들었던 지난 1980년대 초반과 달리 우리나라는 세계 1등 기술을 여럿 가지게 됐다. 소위 ‘퍼스트무버(선도자)’로 나서게 된 것이다. 노동집약적 산업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에서 벗어나 기술집약적으로 탈바꿈했고 당연히 산업에 요구되는 능력도 달라지게 됐다. 과거에는 생산장비를 확보하고 자금을 동원해 선진국 기술을 잘 베껴서 제품을 값싸게 만들어내는 능력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창의성으로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 확보가 중요해졌다.


앞으로 가장 치열한 우리의 경쟁 상대가 중국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대부분의 우리 제품과 기술들이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데 중국과의 기술격차는 해가 다르게 좁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은 첨단기술을 습득하고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낼 인재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인재 확보 정책의 일환인 천인계획은 1991년부터 시작한 인재양성 프로그램인 백인계획의 확장판으로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세계 수준의 인재를 중국으로 유치하는 국가 차원의 지원 프로그램인데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스카우트 대상자에게는 거액의 연구비와 급여·아파트 등이 제공된다. 국가가 조직적으로 나서고 있고 인재와 기술유출을 우려한 선진국들, 특히 미국은 이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기술 선진국들의 몽니라고 보기에는 중국의 시도가 정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미국 유명 대학에서 케이스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는 강수를 둔 것도 중국의 인재·기술 유출 시도와 무관하지 않으며 이미 세계 각국이 얼마나 인재 확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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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은 미국과 중국의 경연장이 된 지 오래다. 우리가 틈새시장이라도 제대로 공략하려면 핵심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우선 대우 면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난다. 구글의 신입사원 단계인 레벨3 엔지니어 연봉이 18만9,000달러(약 2억2,500만원)에 이르고 페이스북은 신입사원인 E3 엔지니어가 16만6,000달러(약 1억9,800만원)를 받아 우리와는 비교조차 어렵다. 국내 대학이 AI 전문가를 교수로 영입하기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우리는 인재 유치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보다는 과거의 타성에 젖어 하드웨어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 즉 형상이 없는 지식은 경시하고 눈에 보이는 건물이나 장비에만 투자하려는 경향이 짙다.

우리의 미래를 담보하려면 인재 유치를 위한 국가 차원의 치밀한 인재확보 전략이 필요하다. 인재를 발굴하고 상응하는 대우를 해줘 이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야 한다. 그러려면 해외에 있는 교포 과학기술자들과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과학기술 외교를 통해 한국 연구개발(R&D) 환경에 대한 국제 인지도를 향상시키는 등 기반이 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내 대학이 AI와 같은 첨단기술 관련 핵심인재에 걸맞은 대우를 해줄 수 있도록 급여체제 등 제도에 대한 개선 노력이 있어야 한다. 기업과 대학이 인재를 공유하는 겸임교수제 도입 활성화도 고려해볼 만하다. 시간의 반은 학생을 가르치고 반은 기업에서 일하면 급여의 격차가 어느 정도 해소되며 보람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재의 국외유출도 문제인데 학계 및 연구계는 물론이고 기업에서는 더 심각하다. 특히 퇴직자들을 중심으로 한 노하우와 핵심기술 유출 사례는 이미 많이 보도된 바 있다.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국가적 관리 시스템을 만들 필요성이 절실하다.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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