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연구기관이 정부의 8·4 공급대책에 대해 ‘시장이 원하는 수준’의 주택공급 효과를 내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량 자체는 적지 않지만 공공임대주택 중심의 공급인 탓에 중산층의 ‘내 집 마련’ 수요를 흡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10일 발표한 ‘8·4대책의 주요 내용과 평가’ 보고서를 통해 “서울 주택공급 확대라는 정책 방향성은 긍정적이지만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아니라 중사층의 내 집 마련 지원을 위한 공급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이 같이 분석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주택가격 상승은 20~30평형대 아파트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산층의 ‘내 집 마련 수요’가 늘어난 탓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올해 들어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는 향후 주택 구입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연구원은 이번 대책의 핵심 공급 방안 중 하나로 언급된 공공참여형 고밀도재건축 사업에 대해 혹평했다. 연구원은 “조합 관점에서 주거환경 저하 우려, 공동시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비해 인센티브는 미약하다”며 “정부가 원하는 시기, 원하는 지역에서 원하는 물량의 주택공급이 발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용적률 증가로 소유자들의 추가 분담금은 줄어들 수 있지만 높은 기부채납 비율,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분양가상한제 적용 등으로 사업성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또 고밀 개발로 주거환경이 저하되고, 임대주택 확대에 따른 거부감 등으로 기존 방식에 비해 준공 후 주택 가치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폈다.
다만 공공 재개발의 경우 상당수 정비사업장에서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분담금 및 중도금 부담 경감, 이주비 지원, 분상제 제외 등 행·재정적 지원이 뒤따르는데 비해 공공기여 부담 증가는 크지 않다는 이유다. 사업 추진 동력이 약한 재개발 예정구역이나 기존 뉴타운 해제지역 등에서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8·4 대책에 따른 서울 실질 공급분은 약 9만2,000가구 안팎으로 예상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3년부터 연간 약 2만3,000가구의 준공이 가능할 것이란 판단인데, 이는 최근 10년 평균 서울 아파트 준공 물량의 3분의 2 수준이어서 물량 자체는 상당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다만 임대주택 비중 확대로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연구원은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확실한 공급량과 빠른 공급 속도를 담보할 수 있는 신규택지와 기존 사업지에 대한 사업 속도를 내야 한다”며 “지역 반발을 감소시키기 위한 인프라 공급 확대도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서울 아파트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의 정상화가 절대적”이라며 “소유자들이 만족할 수준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공공개입 정도, 공공주택 유형·비율 등에서 수용 가능한 수준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