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적장애 탈북민' 보호자 없이 단독 조사...인권위 "방어권 침해"

인권위원회, 해양경찰청장에 관련 제도 개선 권고

/이미지투데이/이미지투데이



해경이 마약투약 혐의 등으로 탈북민 부녀를 조사했다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 조사를 받았다. 그 결과 인권위는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신문 절차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10일 인권위는 “해양경찰청장에게 피의자 신문과정에서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조기에 식별하여 적절한 방어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관련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탈북민 A씨가 ‘해양경찰청 소속 경찰관 2명이 자신의 딸 B씨의 인권을 침해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해 조사가 진행된 데 따른 것이다.


탈북민 A씨, '경찰이 조사 과정에서 정신질환 앓는 딸 인권침해' 진정 제기

A씨는 지난해 ‘해경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B씨를 체포하면서 체포통지를 하지 않았고 후견인 등의 동석 없이 피의자신문을 실시하여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취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북한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정신질환이 발병해 그때부터 정신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A씨는 또 자신이 없는 사이에 해경이 B씨만 데리고 자신의 주거지와 차를 부당하게 압수수색했다‘고도 주장했다.



사건의 전말은..."A씨는 마약 밀반입, 딸 B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내사 중"

인권위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5월 28일 한 사우나에서 난동을 부려 업무방해, 재물손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해경은 B씨의 아버지인 A씨가 중국에서 필리폰을 밀반입했고 B씨가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내용의 내사를 하던 중이었다. B씨에 대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도 지난해 5월 9일 인천지방법원에서 발부받은 상태였다. 이에 해경은 미리 발부받았던 영장으로 B씨를 체포했고 B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또 해경이 B씨를 체포한 28일 진행한 소변검사 결과 B씨에게서는 대마초 투약 양성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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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사회성숙연령 11세 수준' B씨 동석자 없이 네 번 조사

문제는 B씨가 실제 정신질환으로 인해 성년후견인이 선임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B씨는 지난 2017년 한 병원으로부터 전체지능이 매우 낮은 수준이고 사회성숙연령은 11세 수준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B씨가 2019년 5월 28일부터 같은 해 6월 3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해경의 조사를 받는 동안 신뢰관계인 또는 보조인이 동석한 적은 없었다. 당시 B씨의 아버지인 A씨는 중국에 출장을 가 있던 상태였다. 해경은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1차 피의자 신문 당시 B씨는 본인이 무슨 내용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으며 해당 사실에 대해 본인의 의사를 명확히 표시했다”며 “당시 B씨가 지적장애가 있었는지 알지 못했으며 성년후견이 지정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인권위 "압수수색 적법했지만 조사과정에 문제 있어"

조사 결과 인권위는 해경의 행위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A씨와 B씨에 대한 체포와 주거지 압수수색은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에 따른 것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피해자와 대화를 하면 의사소통능력에 한계가 느껴진다는 주변인들의 진술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권위는 “B씨를 네 차례 조사한 경찰들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B씨에게 정신적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적 장애인에 대한 피의자 조사 시 신뢰관계인 동석에 관한 권리를 고지하지 않아 당사자로 하여금 형사사법절차상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경찰의 행위는 형사소송법과 장애인 차별금지법 위반”이며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 및 형사절차에서의 적법절차를 침해한 행위”라고 결론내렸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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