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공직자로서, 또 대한민국 대통령의 비서로서 법규에 따라 맡겨진 소임을 최선을 다해서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잘못할 때는 언제라도 지적과 걱정을 해 주시고 가끔은 격려와 위로도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지난해 7월 26일, 조국 청와대 초대 민정수석의 후임으로 내정된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춘추관을 찾아 기자들 앞에서 이 같은 취임사를 전했다. 그로부터 약 1년이 흐른 지난 10일, 김 전 수석은 작별인사도 없이 청와대를 떠났다. ‘강남권 2주택자’인 김 전 수석이 청와대 참모진의 부동산 내로남불 논란을 심화시켰다는 점에서 ‘아름답지 못한 퇴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김 전 수석과 함께 사의를 표한 강기정 전 정무수석과 김거성 전 시민사회수석은 임명 당시와 마찬가지로 춘추관에 들러 퇴임 인사를 남겼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임 민정수석비서관에 김종호 감사원 사무총장, 정무수석비서관에 최재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내정했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에는 김제남 기후환경비서관을 승진 기용했다. 지난 7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산하 수석비서관 5명 전원이 여론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한 데 따른 인사 조치였다.
총 6명 중 3명에 대한 인사가 단행된 가운데 자리에서 물러난 강 전 정무수석과 김 전 시민사회수석은 춘추관을 찾았다. 두 수석은 문 대통령과 함께한 시간을 돌이키며 “영광이었다”고 공통된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 불참한 김 전 민정수석은 춘추관에서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통상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진은 퇴임 시 춘추관을 방문해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김 전 수석은 청와대 고위 참모진이 포함된 단체 채팅방에서도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수석의 대조적 모습은 이번 인사 조치에 대한 반발로도 읽힌다. 김 전 수석은 노 실장의 다주택 처분 권고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수석은 ‘1주택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처분하라’는 노 실장의 권고에 따라 잠실 아파트를 내놨지만, 실거래 최고가보다 2억원 가량 높은 가격을 부르면서 ‘처분을 피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
하지만 김 전 수석이 이날로 청와대를 나서면서 잠실 아파트를 그대로 처분할 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야권에서는 “민정수석 직보다 강남 집을 택한 것”이라며 ‘김 수석이 잠실 아파트를 계속 보유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다주택자 청와대 참모진을 둘러싼 논란이 거셌던 만큼, 이번에 발탁된 수석 3명은 1주택자 또는 무주택자다. 김 전 수석의 뒤를 이을 김종호 민정수석 내정자는 본인 명의로 서울 동작구에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다. 총 재산은 12억 5,296만원이다.
한편 노 실장과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외숙 인사수석의 사표는 이날 처리되지 않았다. 노 실장의 경우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 위원장인 만큼, 후속 인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교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후임 인사 시기를 묻는 질문에 “오늘(10일)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발표 내용까지”라며 “인사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관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답변을 드리기 곤란한 점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