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금융권의 가계대출 급증과 관련해 “대출규제 위반사례가 적발되면 엄중 조치하라”며 “편법대출에 대해서도 대응을 강화하라”고 내부에 강도 높게 주문했다.
윤 원장은 11일 임원회의에서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저금리 및 시중 유동성 급증으로 자금 쏠림현상이 우려된다”며 “그동안 투기적 주택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강화해온 각종 대출규제가 금융회사 영업현장에서 철저히 준수되도록 감독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또 “금융회사의 대출규제 준수 여부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위반사례가 적발될 경우 엄중 조치하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은 올 1월 2조2,000억원 증가했는데 지난 6월에는 8조7,000억원으로 네 배가량 급증했다. 급격하게 늘어난 가계대출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가면서 시장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윤 원장의 판단으로 보인다.
윤 원장은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운영 중인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과 긴밀히 협력해 대출규제 위반거래에 대한 단속활동을 확대하고 개인사업자대출·법인대출·사모펀드 등을 활용해 대출규제를 우회하는 편법대출에 대해서도 감독상의 대응을 강화하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권고안의 구속력을 높이는 방안도 주문했다. 윤 원장은 사모펀드 사태를 언급하며 “관련 부서에서 편면적 구속력 등 분쟁조정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적극 노력하라”고 주문했다. 또 “금융사가 고객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게 관련 제도 개선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관련 제도로 ‘금융상품 판매·운용 관련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한 감독·검사 강화’를 예로 들어 깐깐한 검사를 예고했다.
지난달 7일 분조위는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하고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돈을 전액 반환하라고 권고했지만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가 연기를 요청한 상태다. 판매사가 결국 불수용을 해도 현행법상 금감원은 분조위의 권고를 강제할 수 없다. 구속력이 없자 결국 편면적 구속력까지 들고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편면적 구속력은 자본시장 분쟁조정 발생 시 조정 결정에 대해 투자자는 소 제기가 가능하지만 금융투자회사는 수용하는 제도다.
금융사는 강력 반발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헌법에 모든 국민은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재판청구권’이 있는데, 분쟁조정 결과를 금융사는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정부기관도 행정처분에 대해 당사자가 소송을 할 권리를 준다”며 “하물며 완전한 의미의 정부기관도 아닌 금감원의 결정을 소송할 권리도 없이 받아들이라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도 분쟁 금액이 소액인 경우는 편면적 구속력을 실행한다”며 “우리도 소액 분쟁조정에 도입하는 것을 금융위원회·국회 등과 적극 협의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