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성현 칼럼] 부동산 정책, 다 이룰 수는 없다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규제를 규제로 만회하려는 정책은

홍수 막겠다며 물꼬 틀어막는 형국

우선순위 정해 포기할건 포기해야

한순간 우리경제 쓰나미 휩쓸릴수도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부동산 정책에 대해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근절을 확고부동한 원칙이라고 강조하고 불로소득 환수, 대출규제 강화, 주택공급 물량 확보 그리고 세입자 보호 등 네 가지 정책이 부동산 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과연 제대로 된 정책일까. 우선 투기 근절이라는 원칙을 보자. 투기와 투자는 그렇게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 국민은 집을 장만할 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어떻게 하면 싸게 사고 언제 사야 앞으로 집값이 오를지 고민한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이다. 종목 선정부터 타이밍까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다. 같은 노력으로 시세 차익을 노리고 들어간 주식은 투자이고 부동산은 투기일까. 노후대책으로 열심히 저축한 돈으로 집 한 채 더 장만한 사람들, 임대업이 생업인 사람들은 전부 투기꾼인가. 집값 상승의 주범이 부동산 투기 때문이고 집 있는 사람은 다 투기꾼이라고 믿으니 투기 근절이 확고부동한 원칙이 된 것이다. 원칙은 집값 안정이 돼야지 투기 근절이 돼서는 안 된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경제학 원론을 들여다보면 답이 있다. 공급을 늘려야 한다. 규제를 통해 수요를 줄이는 정책은 어디로든 빠져나가는 수요를 다 잡을 수도 없고 오히려 경기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한 주택공급 정책으로는 당장 공급이 늘어나기 어렵다. 공시지가, 재산세와 종부세 인상 등 보유세를 올리고 팔 경우를 대비해 거래세와 양도세를 올렸다. 당연히 팔 수도 없다. 그냥 눌러살다가 누구에게든 물려주는 것이 답이 됐다. 앞으로 보완책이라며 증여세와 상속세도 올릴까 염려된다. 신규 주택 건설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도 안 돼 언제 이뤄질지 요원하다. 불로소득 환수와 공급 증가는 서로 상충하는 정책이다. 보유세와 거래세, 양도세를 동시에 올린 결과다.

관련기사



강력해진 세입자 보호 정책은 초저금리와 맞물려 전세 물량을 급속히 줄이고 월세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다. 은행의 대출을 대신해왔던 우리나라 특유의 사금융 제도였던 전세 제도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게 생겼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강화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로 전세를 낀 갭 투자도 어렵다. 이제 현금 부자가 아닌 이상 내 집을 마련할 길이 좁아졌다. 든든한 직장이 있는 맞벌이 부부도 금수저가 아닌 이상 그저 목돈이 모일 때까지 전월세로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집값 오르는 것만 구경하게 됐다.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이 우리의 40%(9억원 초과주택은 20%, 15억원 초과는 0%)보다 훨씬 높은 70% 이상이다. 신용 있고 소득 있는 젊은이들이 목돈 없이도 자기 집에서 살 수 있는 것이다. 은행 대출규제를 풀지 않은 세입자 보호는 결국 영원히 세입자로 살라는 정책과 다르지 않다. 그것도 전세가 아닌 월세로. 대출 규제와 세입자 보호는 서로 상충하는 정책이다.

부동산 시장은 정말 복잡한 곳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 등과 맞물려 더 이해하기 어려운 시장이 돼 있다.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있어도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규제를 규제로 만회하려 해서는 절대 안 된다. 한 가지 규제의 영향을 분석하는 것도 벅찬데 지금 정부는 네 가지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들은 서로 영향을 준다.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도대체 얼마나 자신감이 있길래 이러는지 모르겠다.

유례없이 긴 장마로 전국이 물난리를 겪고 있다. 홍수 방지를 위해 댐에 물을 한없이 가둬둘 수는 없다. 반드시 제때 적당한 곳에 물꼬를 터줘야 한다. 지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물난리가 났는데 어느 곳에도 물꼬를 터주지 않고 계속 가둬두는 형국이다. 네 가지 정책을 다 이룰 수는 없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포기할 건 포기하고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하는 정책부터 시행해야 한다. 잘못하다가는 댐이 붕괴하고 우리 경제는 한순간에 전부 물에 휩쓸려갈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