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순매수 1·2위를 차지한 테슬라와 애플이 잇따라 액면분할에 나서면서 ‘동학개미’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연초 이후 해외 직구족이 두 주식에만 투자한 자금이 20억달러에 달해 액면분할 이후 개인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주가의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주식분할은 기업 가치를 변동시키지는 않지만 고가 주식의 경우 보유 자금이 적은 개인투자자들이 보다 많이 주식 거래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12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투자자들은 지난 1월부터 이달 11일(현지시간)까지 테슬라와 애플 주식을 각각 13억 199만달러와 8억1,573만달러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로 환산하면 약 1조5,429억원과 9,669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두 회사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주가가 급등했는데 액면분할 발표 이후 한층 더 뛰었다.
이날 테슬라는 이달 21일 기준으로 주식 1주를 5주로 쪼개는 주식 분할에 나서고 오는 31일부터 조정 가격에 거래가 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5대1로 액면분할한다고 발표한 테슬라는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6.94%나 뛰었다. 테슬라는 6월 말 1,079.81달러였던 주가가 지난달 47.46% 오른 1,592.33달러까지 뛰며 과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전일 종가가 1,370달러대로 하락해 조정 국면에 들어서는 듯했지만 이번 액면분할 발표로 주가가 단숨에 1,460달러선을 회복해 추가 상승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애플도 4대1 액면분할 발표 이후 주가가 13.71%나 올랐다. 당시 기준 국내 투자자는 애플 주식을 올해만 6억4,978만달러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현재까지 주식을 팔지 않았다면 1,056억원의 차익을 챙겼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증권가에서는 이들이 하반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테슬라는 최근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며 수익성이 개선세를 보이고 있고 9월 예정된 배터리데이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또 한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은 최근 아이폰 매출액이 깜짝 실적을 기록했고, 재택근무 영향으로 아이패드와 맥 매출도 시장 예상치를 대폭 웃돌았다”며 “신제품 출시도 우려와 달리 기존 대비 몇 주 정도 연기된다고 해 10월 하순 출시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기업들이 주식분할을 선택하려는 것은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언론은 올해 아마존과 테슬라 주가 상승의 이유로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나 로빈후드 등 주식 중개업체가 개인투자자들의 분할 주식 거래를 도입한 것을 꼽기도 했다. 현재 테슬라와 애플의 주가는 170만원과 50만원대로 소액투자자들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31일 액면분할 이후 테슬라와 애플의 주식은 각각 30만원과 10만원대로 낮아져 한층 높은 접근성을 갖게 된다. 이번 액면분할과 관련해 테슬라 관계자가 “직원들과 투자자들에게 주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기업의 펀더멘털에 따라 올해 액면분할을 실시한 기업들의 성과가 엇갈렸다. 4월 액면분할 이후 유한양행은 2·4분기 호실적에 거래량이 열 배 이상 늘며 주가가 54.12%나 올랐고,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소재 사업을 인적분할한 후 재상장한 솔브레인홀딩스 역시 첫날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해 강세를 보였다. 반면 비비안은 액면분할 이후 주가가 39.89% 하락하는 등의 차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