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500대 기업 中 124 vs 韓 14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10일 발표한 세계 500대 기업에 중국(홍콩 포함) 기업이 124개나 포함돼 미국(121개사)을 제쳤다. 포천이 500대 기업을 처음 공표한 1990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포천 500대 기업의 역사를 보면 중국 기업의 비약적인 성장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첫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중국 기업은 한 곳도 없었으나 1997년 4곳이 포함됐고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에는 12개로 늘었다. 이후 독일과 프랑스·영국·일본을 차례로 추월하더니 결국 최강대국이라는 미국까지 넘어섰다.


올해도 500대 기업에 신규 진입한 25곳 가운데 8곳이 중국 업체였다. 중국 기업의 눈부신 약진은 첨단산업 기술굴기를 앞세운 중국 정부가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제혜택을 늘리는 등 과감하게 지원한 덕이 크다. 반면 한국 기업 가운데 새로 명단에 오른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500대에 포함된 기업 숫자도 14개로 1년 전에 비해 2개가 줄었다. 더 큰 문제는 미래산업에서마저 중국에 뒤처질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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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주요국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인력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9개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미국·독일·일본은 물론 중국보다도 낮았다. 한국은 한 분야에서도 1위에 오르지 못했고 AI 등 6개 분야에서는 꼴찌였다. 이대로 가면 한국은 전통산업은 물론 미래산업에서도 선도자는커녕 추격자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과 막강한 자금력을 등에 업은 중국의 매서운 추격을 당해낼지 걱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살 길은 한발 빠른 투자와 기술 초격차 전략이다. 기업들은 이미 고군분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가동을 목표로 1조7,400억원을 투자해 인천 송도에 제4공장을 짓기로 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 세계 1위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이제는 정부가 규제 완화와 세제지원으로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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