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익숙한 ‘우리 이야기’로 보는 오페라

■국립오페라단 ‘빨간바지’

1970년대 개발투기 한국 시대상 담아내

■예술의전당 한국 오페라 70주년 ‘춘향 2020’

주체적인 춘향, 순애보 변학도 등 캐릭터 변주

낯선 서양의 이야기 아닌 우리 시대 이야기로

‘오페라’ 하면 대부분이 성악가가 외국어로 서양의 옛날 이야기를 노래하는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소재 탓에 이 장르를 마냥 어렵다고 생각한 관객이라면 이달 말 찾아오는 두 편의 오페라를 주목해보자. 예술의전당 기획 공연 ‘춘향 2020’과 국립오페라단의 ‘빨간바지’다. 이들 작품은 각각 한국의 대표 사랑 러브 스토리 ‘춘향전’과 ‘1970·80년대 대한민국 부동산 광풍’이라는, 한국 관객에게 한층 친숙한 이야기로 문턱을 낮췄다. 우리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을 돌아보는 특별한 무대는 오페라라는 장르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오페라 ‘춘향 2020’/사진=예술의전당오페라 ‘춘향 2020’/사진=예술의전당



# 춘향이가 탈옥을, 변사또가 찐사랑?

올해는 대한민국 창작 오페라가 탄생한 지 70주년 되는 해다. 한국 최초의 창작 오페라는 1950년 현제명이 작곡하고 직접 지휘를 맡아 김자경 오페라단이 국립극장에서 초연한 ‘춘향전.’ 예술의전당은 대한민국 창작 오페라 탄생 70주년을 기념하고 창작 오페라의 다가올 70년을 그려보고자 로맨틱 코미디 오페라 ‘춘향 2020’을 오는 29일부터 내달 2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춘향 2020’은 기존에 익숙했던 춘향전 속 캐릭터를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다. 옥에 갇힌 춘향은 탈옥을 감행해 남원골을 빠져나가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나온다. 탐관오리의 전형이던 변사또는 ‘한 번의 쾌락’이 아닌 ‘진정한 사랑’으로 춘향에 집착하는 인물로 바뀌었고, 몽룡은 공부에 흥미 없이 여러 번 과거에 낙방한 도련님이다. 답 없는 서방을 가만히 두고 볼 춘향이 아니다. 사랑을 위해 탈옥도 마다치 않은 이 여인은 몸종 향단과 힘을 합쳐 몽룡을 방에 가두고 공부를 시키는데… 제목 앞에 ‘로맨틱 코미디’라는 수식어가 붙었듯 줄거리만으로도 어디로 튈지 모를 재기발랄함이 물씬 느껴진다.


이번 무대에는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실력파 성악가들과 젊은 기대주가 총출동한다. 당찬 여성 춘향 역에는 소프라노 박하나, 사랑꾼 변사또 역에는 바리톤 공병우, 몽룡 역에는 테너 서필이 캐스팅됐다. 이 밖에 김선정(월매), 윤성회(향단), 윤한성(방자) 등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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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빨간바지’ 연습현장/사진=국립오페라단국립오페라단 ‘빨간바지’ 연습현장/사진=국립오페라단


# 땅 투기 주름잡던 빨간바지가 돌아왔다?

요즘 대한민국의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단연 ‘부동산’이다. 생존과 내 집 마련의 꿈, 엇나간 자산 증식의 욕망이 뒤엉킨 세 글자가 바로 부동산이다. 사실 부동산을 향한 한국인의 열망(?)은 오늘 만의 일이 아니다. 국립오페라단의 올해 창작 신작이자 국립극장 창설 70주년 기념작인 오페라 ‘빨간바지’는 1970·80년대 개발 열풍이 한창이던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버스 토큰 하나로 아파트 세 채를 만들어낸다는 강남 부동산 큰손(일명 빨간 바지) 진화숙과 복부인이 되고 싶은 가난한 여인 목수정, 이들을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려는 여인 유채꽃 등 다양한 인간군상을 등장시켜 사람들의 욕망과 그 시절의 사회상을 그려낸다. 빨간바지는 당시 개발되던 강남땅의 딱지를 모아 재산을 증식하던 복부인들을 가리키며 실제 사용됐던 말이다. 원조 빨간바지 진화숙 역에는 소프라노 정성미가, 복부인이 되려는 야망을 품고 빨간바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목수정 역은 소프라노 김성혜, 어딘가 수상한 인물 유채꽃은 메조소프라노 양계화가 맡았다. 28~29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두 오페라 모두 재치있으면서도 메시지 강한 무대로 호평받아 온 나실인 작곡가·윤미현 작가의 작품이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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