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는 가득하지만 지구에는 희귀한 것. 미국에는 풍부하나 대부분 국가엔 없는 고가의 자원. 뭘까. 원자번호 2번, 헬륨(Helium)이다. 19세기까지 사람들은 헬륨의 존재를 몰랐다. 발견자는 프랑스 과학자 줄 장센(Jules Janssen·당시 36세). 1868년 8월 18일 인도 남부 군투르 지방에서 개기 일식 관측 도중 찾아냈다.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하고 세상을 떠돌며 천체 관측을 즐기던 그가 인도로 간 이유는 태양 표면의 붉은 불꽃인 홍염(紅焰)의 정체 규명. 장센은 최신 장비를 갖고 있었다.
1860년 발명된 분광기로 일식 상태인 태양을 스펙트럼 분석한 결과, 낯익은 수소의 선들 이외에 미지의 황색선이 나타났다. 장센은 개기 일식이 아니라도 홍염이 늘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일식 때면 나타나는 불길한 징조라고 생각했던 홍염이 인간의 과학으로 규명된 것이다. 다만 장센은 노란 불꽃을 나트륨이라고 생각했다. 영국의 신예(24세) 천문학자 노먼 로키어(Norman Lockyer)는 자세히 보면 나트륨과 다르다며 지구에는 없는 원소라는 가설을 내놓았다. 노키어는 태양(그리스어 헬리오스)에서 발견된 새 원소에 ‘헬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로키어는 과학저널 ‘네이처’를 만든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원소가 규명되고 이름까지 생겼어도 사람들은 헬륨을 우주의 존재라고 여겼다. 19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지구 상에 있는 헬륨의 존재를 찾아냈다. 실험실에서 클레베이트이라는 광물 속에 포함된 헬륨을 발견한 것이다. 1903년에는 미국 남부에서 다량의 헬륨이 천연가스에 포획된 상태로 발견됐다. 헬륨은 곧 다용도로 쓰였다. 우선 가볍고 안정적이어서 비행선의 연료로 안성맞춤이었다. 최대 생산국인 미국은 1925년부터 헬륨을 전략물자로 지정해 생산과 수출 통제에 나섰다. 독일의 초대형 비행선 힌덴부르크호는 헬륨 공급을 거부당해 수소로 기체를 띄우다 폭발 참사(1937)를 겪었다.
헬륨의 용도는 무궁하다. 음성 변조에서 심해 잠수는 물론 우주탐사에도 필요하다. 우주선에 동력을 공급하는 액체 산소와 수소 냉각, 로켓 엔진 청소에 쓰인다. MRI와 같은 초전도체나 의료 장비와 화학 실험실 장비들은 액체 헬륨이 없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비싸고 귀한 헬륨의 고갈에 대비한 달 개발론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헬륨과 중성자, 양성자가 반응하는 핵융합로를 개발하려는 주요국들의 경쟁도 한창이다. 쉽게 말해 수소를 태워 헬륨을 생산하는 태양과 비슷한 발전 원리를 갖는 소형 태양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