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오는 10월 만료되는 이란에 대한 무기 수입 금지 조치를 연장하기 위한 결의안을 지난 14일(현지시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투표에 부쳤으나 부결되면서 자신들이 탈퇴한 핵합의 조항까지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럽연합(EU)까지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미국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4일 미국이 낸 결의안은 유엔 안보리 15국 중 찬성표가 단 두 표만 나왔다. 최소 9국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될 수 있었지만 미국과 미국의 점령지였던 도미니카공화국만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이란과 가까운 러시아와 중국은 반대했으며, 미국의 핵심 동맹인 영국, 프랑스, 독일은 기권했다. 이를 두고 외신에서는 미국의 외교 굴욕, 참사라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리 투표 부결에도 불구하고 ‘스냅백’(약속 불이행 시 제재 재도입) 발동해 이란에 대한 제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언론 브리핑에서 대이란 무기 금수 제재 연장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스냅백을 시행할 것”이라며 “다음 주에 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냅백은 이란이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완화한 제재를 다시 복원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다만 국제사회는 미국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유럽연합 대외정책 총괄자인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의 대변인은 16일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스냅백 제재를 발동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일방적으로 이란 핵합의를 탈퇴했기 때문에 해당 합의의 참가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2015년 이란이 핵 개발을 자제하는 대신 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해 5년 뒤 무기 수입도 허용한다는 합의를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최악의 합의”라며 일반적으로 핵합의를 파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