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마스크 벗고 예배에 숙식까지...교회, 기본 방역수칙조차 무시

[코로나 재확산 2차 대유행 조짐-집단감염 왜 되풀이되나]

좁은 공간서 마스크 없이 찬송가, 예배 후 식사·소모임도

정은경 “통제 못하면 의료시스템 붕괴·경제 피해 눈덩이”

수도권 병상 2,007개로 확충...생활센터도 추가확보 나서

"소모임 금지 2주만에 해제 섣불렀다" 느슨한 방역 지적도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랑제일교회를 지속적으로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 서울 중랑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이 17일 오전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오승현기자집단감염이 발생한 사랑제일교회를 지속적으로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 서울 중랑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이 17일 오전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오승현기자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경기 용인시 우리제일교회에 이어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까지 교회를 매개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있다. 2차 대유행이 현실화했다는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교회 내에서 기본 방역수칙조차 지키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광복절 집회를 강행한 사랑제일교회에서는 정규 예배 외에도 기도회와 소모임이 이어졌고, 신도들이 여러 날에 걸쳐 교회에서 숙식을 함께한 사례도 확인됐다.

1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집단감염이 일어난 우리제일교회와 사랑제일교회 등에서는 성가대 활동을 하는 이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전체 신도의 예배 후 식사가 이어지는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곽진 중앙방역대책본부 환자관리팀장은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해 지난 9일의 예배 외에도 평일 저녁의 기도회와 토요일의 소모임, 그 외에 여러 가지 활동이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많은 신도와 방문자가 교회에서 여러 날에 걸쳐 숙식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9일 예배 당시에도 우천으로 인해 신도 간 거리가 1m 이내로 매우 가까웠으며 이 상태로 찬송가를 불렀던 것이 코로나19 확산을 키운 것으로 방역당국은 추정했다.


우리제일교회의 역학조사에서도 성가대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이들이 예배 후 함께 식사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 양천구 되새김교회는 소규모 교회로, 교인 간 어깨를 맞댈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마스크조차 쓰지 않은 채 예배를 진행했다. 이날 추가로 발생한 확진자 197명 중 사랑제일교회·우리제일교회·여의도순복음교회·되새김교회 등 교회 관련 확진자가 79명에 달했다.

게다가 사랑제일교회 교인 중 일부는 광복절에 열린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정황도 파악돼 방역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굉장히 많은 사람이 집회에 모였고,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코로나19의 전파 위험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교회 내 집단감염이 속출하는 이유로는 개신교 교회 특유의 예배 방식이 꼽힌다. 찬송가를 부르며 큰 소리를 내는 통성기도를 진행하며, 각종 소모임과 단체 수련회 등 행사가 잦다. 예배 후 모여 식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아울러 교황을 중심으로 한 위계가 있는 천주교나 대한불교조계종이 전국 사찰을 관할하는 불교 등과 달리 개신교 교회는 종단만 수백 곳이 되는 만큼 관리하기가 어렵다.


또 3월 집단감염이 일어났던 경기도 성남시 ‘은혜의 강’ 교회처럼 ‘소금물 소독을 하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근거 없는 맹신이 교회발(發) 집단감염이 되풀이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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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국 교회에 대해 정규 예배 외의 각종 소모임과 단체 식사 금지 조치를 해제한 것도 섣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5~6월 수도권 개척교회, 서울 관악구 왕성교회 등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달 10일 전국 교회에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가 같은 달 24일 해제했다.

박능후 중대본 1차장은 최근 “교회를 비롯한 종교시설에 대해 소모임 금지를 실시했던 기간에는 이런 교회발 집단감염은 상당히 줄었는데, 이를 해제하고 난 뒤 집단감염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현 상황을 ‘대규모 유행의 초기 단계’로 규정하며 “지금 바로 유행 상황을 통제하지 않으면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의료 시스템 붕괴와 막대한 경제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도권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할 것을 대비해 의료대응체계 정비와 병상 확보에 나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수도권 감염병 전담병원 내에 1,479개의 병상이 있는데 528개를 더 확보해 전체 병상 수를 2,007개까지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수도권 병상 공동대응체계를 가동해 서울과 인천·경기의 병상을 공동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일반 병상에 중환자용 장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중환자 병상을 확충하기로 했다. 전날 오후8시 기준으로 수도권 감염병 전담병원 내 병상은 752개, 중환자 병상은 100개가 남아 있다.

중대본은 코로나19 무증상 및 경증 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의 추가 개소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운영하는 생활치료센터는 경기와 충남에 총 440실 규모로 2곳이 마련돼 있는데 전날 기준 395실이 비어 있다. 서울시는 태릉선수촌을 19일부터 생활치료센터로 운영해 최대 382병상을 확보하기로 했으며 250병상 규모의 한전연수원도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해 순차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자가격리자 급증에 대비해 196실 규모의 민간호텔 1곳을 추가 확보해 19일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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