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수주 공백 더 길어져...직원 더 내보내야 하나" 한숨만

[코로나19 전방위 확산]

■코로나 재엄습에 눈물짓는 산업단지

18일 인천광역시 남동공단에 있는 반도체 공장 설비 업체 NSV의 공장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일감 감소에 따라 철판 절삭 설비 4대 중 1대만 가동되고 있다. /이재명기자18일 인천광역시 남동공단에 있는 반도체 공장 설비 업체 NSV의 공장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일감 감소에 따라 철판 절삭 설비 4대 중 1대만 가동되고 있다. /이재명기자



18일 찾은 인천 남동공업단지의 분위기는 뜨거운 햇살과 달리 을씨년스러웠다. 수출 물량이 줄면서 주 3~4일 공장을 가동하는 곳이 대부분인데다 막바지 휴가철이 겹친 탓이다. 공장을 연 곳도 설비를 놀리는 곳이 많아 연휴 이후 활기찬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한창 나머지 자재를 정리 중인 폐업 공장 옆에서는 한 자동차 부품업체의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회사를 걱정하기도 했다. 수출이 올 상반기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난 이 회사는 그나마 내수 물량으로 버텨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 가능성으로 ‘일감이 줄어들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 와중에 이 기업의 임원은 직원들에게 “모여 있지 말라”고 호통치기도 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폐업은 못하겠고 직원들이 격주로 무급휴무를 하면서 근근이 버텨왔다”며 “미국·유럽 등 주력 시장이 어려워 국내 물량이 버팀목이었는데 이제 내수 물량 감소는 물론이고 인근 기업에서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마저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인쇄회로기판(PCB) 업체의 한 관계자는 “공단 내 기업 대부분이 수출 급감을 내수 판매로 메워왔기에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라며 “코로나19 재확산에 경기 회복에 대한 일말의 희망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해외영업 아직은 올스톱 상태…

재확산땐 일말의 기대도 물거품”

제조업 생계 간당간당 ‘노심초사’

대기업發 연쇄 조업중단에 촉각

◇“내수 너마저”…공단 내 번지는 공포

요즘 산업단지 공단 내 보증기관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최근 은행 대출 이자 연체가 발생할 경우 들어오는 사고 통지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단지 가동률이 지난 5월 역대 최저인 70.4%를 찍은 후 6월 72.8%로 회복 추세라는 점에서 다소 의외지만 실물경제의 밑단은 온기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어렵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한때 전자 산업의 메카로 불렸던 구미공단의 경우 벌써 올 하반기 보증 사고율 목표(80억원)의 절반 가까이가 찼다. 이달도 아직 열흘 넘게 남아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사고율 증가 추세가 심상치 않다. 자칫 다시 번지기 시작한 코로나19가 간당간당하던 제조 기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경기도 시화공단 내 전자부품 업체 관계자는 “아직 해외 영업은 사실상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라며 “국내 판매에 문제가 생겨 조업일수가 더 줄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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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국면에 찬물…‘수주 공백’ 촉각

공단 기업들은 수출이 조금씩 활기를 찾기 시작하는 찰나에 바이러스가 재확산된 데 대해 진한 아쉬움과 우려를 드러냈다. 실제 7월 수출 감소폭은 7.1%(전년 동월 대비)로 전달보다 3%포인트 이상 감소폭이 축소됐다. 4월 수출 감소폭이 25.6%였다는 점에서 제조업에도 볕이 조금씩 들어오는 상태였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코로나19 대유행 조짐은 경기회복의 작은 불씨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됐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본부장은 “도소매는 올 4월부터 사실상 회복세였고 제조업은 5월에 바닥을 치고 서서히 나아지고 있었기에 더 아쉽다”며 “이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내수가 얼어붙고 산업 현장에서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경제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소업체들은 대기업에 확진자가 발생해 연쇄적인 조업 중단이 빚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반도체 설비업체인 NSV의 윤은중 대표는 “당초 대기업들이 평택이나 용인 등에서 설비 증설에 나설 계획이었는데 코로나19로 차질이 생길 수 있어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이대로면 일감이 늘기는커녕 수주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약 줄취소…가을장사 끝났다”

여행·도소매·호텔 등은 망연자실



◇‘가을장사 끝났다’…여행·호텔업도 직격탄

특히 음식점·도소매·여행업 등의 업종은 망연자실 그 자체다. 정책 지원에다 4월부터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잡히며 그나마 원기를 되찾아가고 있었는데 말짱 도루묵이 될 판이다.

여행플랫폼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여행 절벽 속 국내 여행 상품 서비스로 코로나19 사태 이전 대비 70% 수준까지 사업을 끌어올렸는데 이 사달이 났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허탈해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 후 가을에 예약한 고객 위주로 취소 문의가 늘고 있다”며 “업계에서는 이미 가을 장사가 끝났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박사는 “회복세였던 경제가 위축될 수 있어 문제”라며 “어렵지만 경제와 방역 간에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자칫 방역에만 방점을 둘 경우 경제가 완전히 꺾일 수 있는 만큼 세심한 정책 디자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상훈·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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