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곧 신용대출 건드리니 최대로 받아놔라” ‘성지글’된 은행원 예언

[발칙한금융]

금융위 "신용대출 관리 필요"에

과거 SNS글 재조명

당국 "억제 어렵다"→"철저점검" 일주일 만에 변화

은행 대출심사 보수적 변하며

'영끌'·'빚투' 쉽지 않을 듯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의 모습. /연합뉴스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의 모습. /연합뉴스



“오늘의 은행원 조언으로는 ‘신용대출까지 건드릴 날이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금리가 낮을 때 최대로 받아놔라’가 있었습니다”

지난달 12일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 같은 글이 올라왔다. 자신의 지인이 은행원인데, 신용대출이 너무 빨리 늘어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 수 있으므로 받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대출을 받아놓는 게 좋겠다는 예상이었다.

그리고 이 예측은 한 달 남짓 만에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신용대출에 구두경고를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9일 금융리스크 점검반 회의에서 “주식, 주택 매매에 활용된 신용대출은 앞으로 시장 불안 시 금융사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금융사 차원에서도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향후 증시, 부동산 시장 불안 때 신용대출 부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금융사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관리를 강화하라는 뜻이다.

손병두(왼쪽 두번째) 금융위 부위원장이 19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손병두(왼쪽 두번째) 금융위 부위원장이 19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


손 부위원장은 “과도한 신용대출이 주택시장 불안으로 연결되지 않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준수 등 관련 규정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금융당국도 이에 대한 점검을 철저히 하고 신용·전세대출 등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전반에 대해 중점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록 구체적인 신용대출 규제 강화안을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의 엄포로 일선 은행 대출창구에서는 심사를 깐깐히 할 수밖에 없어 신용대출을 받기가 이전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 억제 어렵다→관리필요, 일주일만에 변한 당국
사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당국은 신용대출을 제어할 의향이 많지 않았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한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신용대출을 억제하는 것은 코로나 상황에서 (어렵지 않겠나)”라며 “코로나19로 어려운 계층이 많으니 금융협회에다가도 돈을 풀라고 (당국이 당부하는 것인데) 신용대출을 억제하면 이와 상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도 “아직까지 신용대출에 제약을 가하는 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신용대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금리도 주택담보대출보다도 낮은 기현상이 나타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19일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4월 전월에 비해 6,000억원, 5월 1조 1,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친 전(全)금융권 신용대출 증가액은 6월 3조 7,000억원, 7월 4조원이 늘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4분기 말 가계신용(잠정)’ 통계에서도 가계신용 잔액은 1,637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25조9,000억원 늘며 통계집계를 시작한 2002년 4·4분기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중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잔액은 672조 7,000억원으로 9조 1,000억원이나 증가했다. 1·4분기(1조 9,000억원) 증가 폭과 비교하면 4배로 뛰었다. 기타대출 중 증권사 신용공여액은 7조 9,000억원이나 늘었다. 증가폭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증권사 신용공여는 증권담보대출, 신용거래융자 등의 형태로 투자자가 증권사에 빚을 지는 경우를 말하며 그만큼 빚을 내 주식 투자를 한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대출 수요자 사이에서는 불만도 제기된다. 안 그래도 빡빡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주택 매매 시 부족한 돈을 신용대출로 조달하는 이른바 ‘영끌’이 많았다.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 부동산 투자는 포기하고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도 성행했는데, 이 길이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태규·조지원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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