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천주교계 지도자들을 만나 “다음 주까지가 고비인데 이번 주가 특히 중요하다”며 “더 이상 방역을 악화시키지 않고 코로나를 통제할 수 있도록 종교가 모범이 되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부터 1시간 35분간 청와대 본관에서 한국 천주교 지도자들과 오찬 및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이 협조를 구했다.
한국 천주교 지도자를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다. 천주교계 지도자와의 만남은 지난해부터 추진해왔으나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세 차례 연기됐다가 이날에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에는 ‘한국 교회 주요 교단장 초청 간담회’와 ‘한국 불교 지도자 초청 간담회’가 각각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확산세에 대한 엄중한 인식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어서 우리 방역이 또 한 번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며 “지금 같은 세계적인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방역과 경제를 함께 성공해 나간다는 것은 그런 나라가 거의 없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한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1위를 기록한 것을 언급하며 “국민들께서 만들어주신 기적 같은 성과다. 그런데 이제 자칫하면 그 성과가 무너질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방역 상황이 더 악화가 되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게 된다면 우리 경제의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고 또 고용도 무너져서 국민들의 삶에서도 큰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며 “한순간의 방심으로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행동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천주교가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미사를 중단한 일에 대해선 “천주교는 코로나 극복과 수해 복구에도 국민들께 많은 위로를 주었다”며 “코로나로 생계가 막막해진 이웃의 손을 잡아주시고, 또 수해 피해 지역에 모아주신 성금을 국민들 모두 감사하게 기억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며 코로나 장기화로 지친 국민의 마음을 종교 지도자들이 기도로 위로해달라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부산교구장 손삼석 주교,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사무총장 김준철 신부 등 천주교계 지도자 9명이 자리했다.
김 의장은 심순화 작가의 성화 작품인 ‘묵주 기도의 모후’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성화에는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도록 성모님께 기도하는 의미가 담겼다. 묵주의 메달 문양은 한반도 지도로 남북 화합과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