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궤도를 벗어난 미국 경제가 재난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한 의회의 협상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결렬됐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경제를 되살리겠다며 4건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안타깝게도 그중 한 건은 맹탕이고 다른 한 건의 파급력은 지극히 제한적이며 세 번째 조치는 아예 집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마지막 네 번째 행정명령은 경기회복과는 거리가 먼 ‘백해무익’한 내용을 담고 있다.
첫 번째 조치는 정부의 관련 기관들에 퇴거 위기에 직면한 세입자 지원 방안을 ‘고려’하라는 지시이고, 두 번째는 학비 융자금의 원금 상환을 일시적으로 유예하고 이자를 면제한다는 내용이다. 세 번째는 공화당의 반대로 추가 실업수당을 상실한 실직자들에게 새로운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조치는 복잡한 행정절차로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지출 증가와 세수 부족으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주 정부가 실업수당의 일부를 분담할 것을 요구해 사실상 실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난달 말 종료된 1차 비상 실업수당 지불 창구 역을 맡았던 각 주 정부는 당시에도 폭발적으로 늘어난 행정업무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이로 인해 수백만명의 실직자들이 몇 주가 지나도록 수당을 못 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고용주가 원천징수해 국세청에 납부하는 근로자들의 급여세를 유예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아는 명망 있는 경제학자들 중 그 누구도 급여세 유예에 찬성하지 않는다. 백번 양보해 급여세 유예로 근로자들에게 다소나마 혜택이 돌아간다 해도 실제 수혜자는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들이 아니라 현재 직장에 다니는 이들로 제한된다. 게다가 고용장려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업주가 고용을 망설이는 것은 경비 때문이 아니라 높은 바이러스 감염 위험으로 경제활동이 봉쇄됐기 때문이다.
사실 부유층을 위한 대규모 감세와 같은 정책 아이디어는 정치적으로 강력한 지지를 받는다. 그러나 급여세 폐지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조차 대통령이 내민 급여세 유예 카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물론 그들이 제안한 2차 경기부양안에도 급여세 관련 조항은 없다.
급여세 유예는 트럼프에게 말라리아 치료제와 같은 것이다. 앞서 트럼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전혀 효능이 없는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특효약으로 추천했다. 대통령이 돌팔이 처방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주변의 아첨꾼들이 그의 귀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통령의 말에는 한 치의 오류도 없다고 끊임없이 속삭인다. 물론 숨겨진 다른 모티브가 있을 수 있다. 급여세 유예조치는 결과적으로 사회안전과 의료보험 재정기반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것이 분명하지만 그에게는 이 역시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지금 우리는 자신의 실책을 인정할 줄 모르는 대통령의 발작성 짜증을 목격하고 있다.
누가 트럼프에게 급여세 유예라는 아이디어를 맨 처음 제공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도 감세 만능주의자로 꼽히는 스티븐 무어가 아닐까 싶다. 전 세계의 조롱거리로 끝난 캔자스주의 대규모 ‘감세 실험’에 관여했던 그는 며칠 전 “대통령은 의회의 승인 없이도 감세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는 현 단계에서 의회의 승인 없이 급여세를 폐지하려는 게 아니라 단지 징수를 연기하려는 것이다. 근로자들은 몇 개월 후 유예된 급여세를 토해내야 한다. 대다수 근로자에게 전혀 소용없는 조치인 셈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가 급여세를 폐지하고 유예된 세금까지 소급해 탕감해줄 방법을 찾는다면 사회안전과 의료보험의 재정기반에는 큰 구멍이 뚫린다. 트럼프는 늘 사회복지 프로그램들을 폐기하고 싶어했다.
지금 미국은 대통령의 지도력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소유한 골프장에서 경제를 회생시킬 ‘기적의 약’을 강매하는 등 돌팔이 행각을 이어간다. 이 과정에서 재난을 물리칠 희미한 가능성을 더욱 희박하게 만든다.
필자는 트럼프가 대단한 계책을 꾸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의도가 불량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 나온 인터뷰와 내부회계 보고는 우리가 직면한 전염병과 경제적 현실에 관한 그의 무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미국은 무능하고 무지한데다 개인적인 불안정성 탓에 자신을 우주적 천재라 추켜세우는 아첨쟁이들로 측근을 채우는 대통령과 위기의 순간을 함께해야 하는 저주를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