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과 인수·합병(M&A)이 무산된 이스타항공이 전체 인원의 70%를 감축한다. 이스타항공은 재매각과 법정관리를 위해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을 통해 선제적으로 조직을 정리하겠다는 게 목표다. 구조조정이 끝날 경우 이스타 항공은 400여명만 남게 된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이달 31일 구조조정 명단을 발표하고 9월30일자로 정리해고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리해고 대상은 현재 남은 직원(1,300명) 중 800~900명 수준으로, 사측은 이같은 내용을 근로자 대표와 노조 측에 전달했다. 사측은 재매각이 성사되고 국제선 운항이 재개되면 100% 재고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M&A 과정에서 쌓인 불신에 직원들의 반발은 거세다. 일각에서는 자칫 재매각이나 법정관리를 시작하지도 못하고 파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회사 측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이유는 재매각이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율촌, 흥국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사모펀드 2곳과 인수 조건을 협의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공통적으로 대대적인 대규모 조직 슬림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스타항공은 인력을 절반 이상 줄인 후 국내선 운항을 재개할 계획이다. 현재 보유한 14대의 항공기 가운데 8대를 반납하고 6대로 국내선을 운항할 예정이다. 걸림돌이었던 운항증명(AOC) 재발급을 위한 자금은 최근 제2금융권 대출 등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직원들의 체불 임금이 매달 채무로 쌓이고 있다는 점도 구조조정의 이유 중 하나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 한달 직원들의 임금을 60% 지급한 후 3월부터는 한 푼도 지급하지 못했다. 직원들의 체불 임금은 공익채권으로 분류돼 이스타항공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탕감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우선적으로 직원들에게 지급해줘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고용보험료를 장기간 납부하지 못해 임직원들이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현 직원들 체제로 유지할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채무가 늘어나 M&A 거래 대금이 제주항공의 인수가보다도 더욱 커지게 된다”며 “고육지책으로 정리해고를 진행하는 대신 국제선 운항 재개 시 100% 재고용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직원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직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등으로 정리해고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규모나 기준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정리해고를 당한 직원들은 정부에게 소액체당금을 받을 수 있다며 설명에 나섰으나 직원들은 명확한 기준을 내세우거나 규모를 축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체불된 임금이나 퇴직금 지급과 관련해서도 보증을 해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소액체당금은 체불된 임금이나 퇴직금 일부를 사업주 대신 정부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주는 제도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 인수 당시 검토했던 구조조정 기준을 적용해 대상자를 선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직원들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서버비를 내지 못해 회사 인사 시스템 접속 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특히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조종사들도 이에 포함,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운항 자격마저 박탈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스타항공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희망 퇴직자에게는 추후 재고용과 체불임금 지급에서 우선순위를 부여하겠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사측은 희망 퇴직자에게 몇 달 치 임금 보상액 등의 인센티브를 지급해야 하지만 여력이 없어 다른 조건을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근로자 대표들이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내달 초 법정관리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이 법정관리 신청 기간을 예상보다 단축한 것은 잠재적 인수 후보자들과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채무 조정이 선결적으로 이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구조조정과 희망퇴직 이후 400여명의 직원으로 회사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결국 매각 성사에만 초점을 맞춰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