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드라마나 영화를 지방에 사는 엄마들은 보따리에 바리바리 싸들고 올라 옵니다. 그 안에는 아들 딸 좋아하는 밑반찬, 김치 그리고 병이 있습니다. 이 병에는 바로 냄새만 맡아도 고소한 참기름 들기름이 들어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정겨운 이 풍경. 명절에 시골에 내려가면 뭐 하나라도 챙겨주려는 할머니 역시 몰래 숨겨 뒀던 참기름 들기름을 슬쩍 보자기에 넣어 보냅니다.
최근 맛 본 쿠엔즈버킷의 참기름 들기름을 먹는 순간 이런 장면들이 마구 소환됐습니다. 고소한 맛이 소환한 따뜻한 풍경. 물론 저는 시골이 없지만 참기름 들기름 보따리 이런 것들은 겨운 고향에 대한 상징입니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특별한 참기름 들기름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이미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참기름 들기름도 짜는 방법에 따라 양이 달라지고 이 양은 질을 결정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기름을 많이 만들기 위해 많이 깨를 많이 볶을 경우 양은 많아지지만 대신 탄 냄새가 나고 색도 진하게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초반에 짠 기름의 경우 색이 아주 연하고 맛 역시 깨 그대로를 구현해낸다고 합니다. 짙은 색이 진한 맛을 의미하는 게 아니듯 진한 색의 기름은 양을 많이 내기 위해 오래 볶은 그래서 발암 물질이 나올 수도 있는 위험한 색이라는 것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생각해 보니 지금도 그렇기는 하지만 참기름의 경우 깡통이나 색이 짙은 병에 담긴 것이 대부분인데 아무래도 이런 영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짙은 색을 가리기 위한.
이번에 먹어본 스타트업 쿠엔즈버킷의 참기름 들기름은 바로 냉압착 기술을 통해 추출한 올리브유로 치면 엑스트라버진과 같은 기름입니다. 올리브유는 최대 8번까지 기름을 뽑을 수 있는데 처음 2회까지 추출된 것이 바로 엑스트라버진입니다. 제일 좋은 기름인 거죠. 케이스 역시 올리브유나 더치 커피 병 스타일이라서 ‘앗 이건 뭐지?’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전통적인 참기름 들기름 병이 아닌 점도 매력적입니다. 물론 저는 촌스러운 편이라서 옛날 그런 병 같은 스타일을 변형하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잠시 해봤습니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살릴 수 있는 패키지.
미식가라기보다는 그냥 까다로운 입맛의 기자는 김치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김치는 엄마가 만들어 준 것만 먹었고 식당에 가서도 김치를 먹지 않았습니다. 특히 친구 등 집에 초대받아서 음식을 먹을 때도 김치만은 손을 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이유는 김치는 정말 누가 만들었느냐에 따라서 맛이 너무 달라지는 ‘요물’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시판하는 김치는 먹지만 이것도 입맛에 맞는 것만 먹습니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양념으로 곁들이자면, 감각 중 미각이 가장 보수적이라고 합니다. 의식주 유행을 따른다고 해도 좀처럼 입맛만은 유행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인데요. 지난해에 읽은 ‘중화미각’이라는 책에서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300년 전 중국 연경으로 가던 조선 연행사들은 중국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 몹시 고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항아리에 넣어간 짭짤한 조선식 무장아찌는 구미에 맞지 않아 비위가 상할 대로 상한 연행사를 단번에 구원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한마음으로 장아찌를 나눠 먹으며 중국 음식으로 지쳐버린 미각을 달랬다고 하죠. 그만큼 보수적이라는 것입니다, 입맛이라는 게.
어쨌든 고급은 아니더라도 까다로운, 아니 ‘보수적인’ 저의 입맛을 충족한 쿠엔즈버킷의 참기름 들기름이라는 것입니다. 계란 프라이를 들기름에 해먹으면 맛있다는 부장의 말을 듣고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계란 프라이를 너무 오랜만에 먹어서만은 아닐 겁니다. 너무 맛있었습니다. 그래서 내친 김에 계란을 풀고 들기름을 넣어서 ‘초스피드 계란찜’을 만들어 봤습니다. 이 역시 너무 맛있었습니다. 참기름은 양념 간장에 넣어 봤습니다. 물론 이 양념간장은 저희 엄마가 만든 것에 제가 참기름만 떨어트렸습니다. 이 참기름 양념간장이 바로 ‘밥도둑’. 살짝 구운 생김에 양념 간장을 해서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으니깐요.
물론 시중에 파는 참기름 들기름 역시 맛있습니다. 저도 그동안 많이 먹어 왔고요. 하지만 커피로 따지면 저온에서 추출한 더치커피, 올리브유로 따지면 엑스트라버진오일 격인 참기름 들기름은 좀 달랐습니다. 비과학적이지만 ‘건강한 맛’이라는 ‘가심비’를 채운 겁니다.
스타트업인 쿠엔즈버킷이 8년 전에 선보인 저온압착 참기름 들기름은 당시까지만 해도 생소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냉압착 참기름 들기름들이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쿠엔즈버킷의 참기름 들기름이 특별한 것은 바로 5개의 특허를 받은 제조 방식으로 기름 추출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당연히 국내산 참깨 들깨 100%입니다. 백화점을 비롯해 마케컬리, 유명 호텔에도 들어가 있습니다. 특히 홈쇼핑 중에서는 롯데홈쇼핑 ‘최유라쇼’에서만 판매하는데 최유라 씨와 셰프인 에드워드 권이 극찬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최유라 씨는 몇 년 전 방송에서 쿠엔즈버킷의 참기름을 부어 마셔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지요.
최근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진 기자는 오늘도 참기름 들기름이 들어간 요리를 먹으며 나름 ‘힐링’을 했습니다. “괜찮아 질 거야. 걱정 말고 맛있게 먹고 건강해져라”라고 음식이 말을 건네는 것 같았거든요. 물론 향만으로 힐링이 됐습니다. 흐. 몸이 약해지니 마음도 약해지는 건지, 만성 외로움증인 건지, 망상인지, 나이 들면 눈물이 많아지는 그런 것인지. 뭐 그렇습니다. 식재료를 선택할 때도 좀 번거롭더라도 깐깐하게 고르시면 어떨까 합니다.
그리고 쿠엔즈버킷의 참기름 들기름을 먹고 사측과 이야기하면서 느낀 것은 정말 세상에는 ‘먹을 거리’가 많다는 것입니다. 물론 진짜 먹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시장 말입니다. 없던 시장을 새로 만드는 것은 물론 위대하지만, 기존 시장의 상품에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먹을 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올리브유가 이제는 우리 식탁에서도 낯선 식재료가 아닌데 이는 새로운 것들을 적극적으로 받아 들였기 때문이고, 참기름 들기름을 엑스트라버진처럼 만들어 상품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누군가에게는 영감을 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시도는 최근 스타트업에서 많이 하고 있는데, 앞으로 우리 경제는 스타트업이 주축이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