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되던 지난 4월 이후 코오롱(002020)그룹을 비롯한 일부 대기업들은 골프장과 리조트 등 자산매각에 착수했다. 곳간을 넉넉히 쌓기 위해서인데 우선 매각 대상으로 골프장 등이 꼽혔다. 현금화도 비교적 쉽고 그룹의 체질 개선을 위한 전략 수정과도 맞아떨어졌다.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한진그룹과 두산그룹은 호텔과 리조트·부지 등의 매각을 서두르며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아주그룹도 보유하고 있던 제주 호텔을 팔아 만기가 돌아온 차입금을 상환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23일 “여러 대기업이 골프장이나 리조트 등의 매각을 위한 여러 자문을 해왔다”면서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현금 방파제를 쌓기 위해 더 많은 매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코오롱그룹의 움직임은 눈에 띈다. 우선 매각 대상에 오른 것은 계열사 엠오디가 보유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와 서울 강남구 호텔 카푸치노였다. 엠오디는 2014년 마우나오션개발이 이름을 바꾼 곳으로 지난해 말 기준 주식회사 코오롱과 이웅렬 전 회장이 절반씩 지분을 갖고 있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는 올해 기준 1,000억원 이상의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다. 토지와 건물을 포함한 장부가액은 970억원이다. 장부가 330억원 수준인 호텔 카푸치노는 현재 한 기관으로부터 300억원 초반대의 매입의향서를 받은 상황이다.
그룹이 애정을 갖고 운영해오던 골프장도 매각 대상이다. 이 전 회장의 부친인 고(故) 이동찬 명예회장의 호를 딴 천안 우정힐스CC도 처분을 검토하고 있다. 춘천에 위치한 라비에벨CC는 2015년 시행사 부도로 시공사였던 코오롱글로벌(003070)이 돈 대신 대물변제를 받은 곳이다. 인수 후 몇 번이나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불발됐다. 이번에는 기존 매각계획과 달리 골프장을 부분매각하고 잔여 관광부지는 개발해 가져가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토지와 건물을 포함한 이들의 장부가액은 각각 1,100억원, 3,600억원 수준이다.
현금 방파제도 쌓아야 한다. 코오롱그룹은 2012~2014년 설비투자 규모를 늘리며 차입 규모가 크게 늘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상사와 자동차·패션 등 수요산업 불황이 길어져 현금흐름이 악화하는 추세다. 2·4분기 코오롱글로벌의 어닝서프라이즈로 지주사 코오롱도 전년 동기 대비 64% 상승한 53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현금성자산(2,373억원)을 크게 웃도는 1조1,308억원 규모의 유동성부채 부담은 여전하다.
제약계열사 코오롱생명과학(102940)과 코오롱티슈진(950160)의 자금 마련도 시급하다. 코오롱티슈진은 현재 인보사 성분 논란으로 한국거래소 상장폐지를 심의 중이다. 각각 826억원, 985억원 규모의 소송도 진행되고 있어 대규모 우발채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당장 이달 말에도 코오롱티슈진 투자자인 한국수출입은행이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145억원의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코오롱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코오롱생명과학의 워터솔루션사업부 매각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마곡동 소재 생명과학 건물과 설비를 담보로 150억원 규모 운영자금을 대여해주기도 했다. 코오롱그룹은 이에 대해 “자산 매각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계획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