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與 '2차 재난지원금, 줄거면 모두에게' 의견도 만만찮아..지급방식 설전 예고

■ 2차 재난지원금 지원 가닥

KDI 등 '선별지원' 제언 잇따르자

1차때와 달리 "소득하위만" 목소리

정책위선 '전국민' 주장도 여전

與 주도 여론전에 기재부는 난감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전 국민 100% 지급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다만 당내에서는 여전히 전 국민 지급이라는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만만치 않아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였던 1차 재난지원금 때와는 다르게 당 안팎에서는 지급방식 등을 놓고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2차 재난지원금은 일정 소득 기준 이하의 중·하위 계층에 지급했으면 좋겠다”며 “더 심각한 상황이 닥칠 수도 있음을 고려해 재정 여력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이어 “의료보험료 산정 기준 등을 활용하면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고 말했다.


8·29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신동근 의원 역시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신 의원은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사고가 팽배해 있다. 왜 굳이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하는지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하위 50% 국민에게 (기존대비) 2배의 재난지원금을 주면 골목상권 활성화 효과도 나타나고 불평등 완화도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대표 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의 공동대표를 지낸 최배근 건국대 교수 역시 지원사격에 나섰다. 최 교수는 “재난지원금 추가 지원에 대한 재정 부담이 우려된다면 한시적으로 상위 1%(국민)에 올해 총소득의 2%를 세금으로 거두면 된다”며 “능력이 되는 분들이 사회에 대한 빚을 갚는 마음으로 동의해주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에서 ‘선별적 지원’에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했던 기존 지급방식은 경제적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야당 역시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예산을 확보하려면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할 수밖에 없다. 재난지원금은 경제적으로 꼭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지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표한 ‘2020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정부가 추가적인 소득 지원에 나설 경우 저소득층에 집중하라고 제언했다. OECD는 그 이유로 “저소득층일수록 정부 지원금을 소비할 가능성이 더 높아 경기 순환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설명했다. 고소득층이 지원금을 받아봤자 곧장 소비로 이어지기 어려운 만큼 보다 효과적인 생계 지원과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선별 지원에 나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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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보다 취약계층에 한해 선별 지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KDI는 소득 감소로 가계 수지가 적자를 보는 가구를 ‘유동성 위험 가구’로 정의했는데 저소득층에 현금을 선별 지원하고 담보 여력이 있는 자산 보유가구에는 현금이 아닌 신용 지원을 했을 경우 유동성 위험 가구 비율이 더 크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차 재난지원금 때와 마찬가지로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 역시 적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당 지도부 지시로 2차 재난지원금 도입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는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지는 않은 상황이다. 전 국민에게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의 효과, 재정 부담, 향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확정된다면 당 지도부와 정책위 안팎에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2차 재난지원금 방식을 두고 민주당은 기재부와의 협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당장 당 내부에서부터 치열한 설전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권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지급 방식과 재원 확보 방안 등과 관련해 ‘결이 다른’ 해법이 난무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김부겸 전 의원은 “3단계 거리 두기가 실시되면 2차 재난지원금은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 국가재난기금 조성을 법제화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1일 “모든 국민에게 3개월 이내 소멸하는 지역 화폐로 개인당 3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적당하다. 청와대 정책실과 총리실에 공식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여당 주도로 2차 재난지원금 여론전을 펼치는 모습에 대해 기재부는 난색을 표하는 모습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기존 입장은 그대로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1차 재난지원금의 소득 향상 효과가 최근 통계로 입증된 마당에 추가 지급을 마냥 반대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소득 하위 20%의 월평균 소득이 8.9% 늘었고 상위 20%도 2.6% 증가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분배 지표가 개선된 것을 두고 “재난지원금 지급 등 정책 대응으로 이전소득이 늘어난 영향”이라며 현금 지원의 긍정 효과를 재차 홍보했다.
/박진용·한재영기자 yongs@sedaily.com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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