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글로벌체크] 악마숭배로부터 국가를 구한다? 트럼프가 ‘애국자’란 칭한 큐아논 대체 뭐길래

민주당·유명인의 아동 성매매·식인 음모론 제기

트럼프는 이를 막기 위해 비밀리 활동한다 믿어

무섭운 세력 확대에 FBI, 국내 테러 위협으로 선언

10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큐아논 지지자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조치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AP연합뉴스10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큐아논 지지자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조치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최근 미국 언론에서 주목하고 있는 집단이 있습니다. 바로 ‘큐아논(QAnon)’입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들을 ‘애국자’로 칭한데 이어 텍사스 공화당이 큐아논과 같은 슬로건을 사용하면서 논란이 됐죠. 여기까지만 들으면 큐아논이 정치집단 같습니다. 하지만 큐아논은 악마숭배 등과 관련된 음모론을 지지하는 집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큐아논을 검색하면 ‘톰 행크스 소아성애’라는 전혀 관계 없어 보이는 단어가 연관검색어로 뜨기도 합니다. 페이스북은 최근 큐아논과 관련된 계정 수천여개를 차단하기도 했는데요. 백악관에서부터 공화당, 헐리우드 등을 넘나들며 논란을 낳는 큐아논은 대체 뭘까요?

엘리트·셀럽의 악마 숭배·아동 성매매·식인 막는다?
ABC뉴스에 따르면 큐아논은 지난 2016년 한 남성이 총을 들고 워싱턴DC의 피자가게를 찾아 아동 성매매 음모론을 조사하겠다고 한데서 시작합니다. 이후 이듬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이들은 세력을 키웠는데요, 민주당의 최고위층과 헐리우드의 유명인사 등 글로벌 엘리트들로 구성된 마녀집단이 아이들을 고문하고 성관계를 위해 아이들을 속이며 심지어 식인까지 하고 있다는 각종 증거를 제시하며 이를 믿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비밀리에 이들을 물리치고 있다고 주장하죠. 이들은 헐리우드와 언론, 기업, 정치에서 수만명의 영향력 있는 엘리트들이 체포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한 남성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현장에 들어가기 위해 큐아논을 뜻하는 ‘Q’사인을 든 채 서 있다. /AP연합뉴스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한 남성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현장에 들어가기 위해 큐아논을 뜻하는 ‘Q’사인을 든 채 서 있다. /AP연합뉴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볼까요. 이들은 ‘Q’라고 하는 대통령과 가까운 최고위층 정부 내부자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는 세계 엘리트들이 악마를 숭배하고 비밀리에 아이들을 노예로 만들고 고문하며,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아이들의 피를 뽑는다고 생각하죠. Q의 타깃은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와 같은 민주당 정치인들부터 톰 행크스 등과 같은 유명인들까지 다양합니다. 이들은 트럼프와 그의 군사연합이 이들의 가면을 벗기고 관타나모로 끌고 가기 위해 비밀리에 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큐아논의 이론이 타당함을 증명하기 위해 비밀리에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도 믿습니다. 이 밖에도 피자 전문점인 ‘피자게이트’가 아동 성매매가 이뤄지는 주요 장소라거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살아있다고 믿는 등 그 내용도 다양합니다. 지난 3월에는 오프라 윈프리가 성매매 알선소에서 체포됐다는 내용이, 이후에는 시트콤 ‘프렌즈’의 메인 배우 중 5명이 구속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을 퍼트리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음모론은 단순히 온라인상에만 머물지 않고 오프라인으로도 퍼졌는데요, 한 큐아논 지지자는 자신의 친형이 도마뱀이라며 장검으로 찔러 살해하거나 산에 방화를 일으켜 12채의 집을 파괴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한 남성 지지자는 무장한 채 몇 시간 동안 다리의 통행을 막기도 했는데요, 그는 당시 그곳에 힐러리 클린턴과 관련된 비밀 보고서가 숨겨져 있다며 보고서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언뜻 보아도 어처구니 없어 보이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큐아논은 정치권, 특히 공화당에서 세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올해에만 14명의 큐아논 지지자가 의회에 출마했는데, 이 중 2명은 당선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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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기반 넓히고자 친트럼프 이용
트럼프 대통령은 부채질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큐아논에 대해 “그들이 나를 매우 좋아한다는 것 외에는 잘 알지 못한다”며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그들이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들었다”며 큐아논을 애국자라고 칭했죠. 다른 기자가 소아성애자와 사탄 숭배로부터 비밀스럽게 세상을 구한다는 큐아논의 믿음에 대해 질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도 “그런데 그게 나쁜 일인가, 좋은 일인가? 만약 내가 그런 문제로부터 세상을 구할 수 있다면 기꺼이 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부터 큐아논과 관련된 계정의 트윗을 자주 리트윗하고 있죠.

이 때문에 현지 언론은 사실상 ‘큐아논=친트럼프’로 보고 있습니다. 큐아논은 지지 기반을 넓히기 위해 친트럼프 포지셔닝을 취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의 지지자들 역시 마찬가지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거죠. 이 때문일까요. ABC뉴스는 지난 2017년부터 올 3월까지 큐아논과 관련된 페이스북 그룹은 22만 이상으로 늘었는데, 올 3월부터 현재까지는 최소 170만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다른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 큐아넌과 관련된 게시물은 트위터에서 71%, 페이스북에서 651%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FBI는 이를 위험으로 감지, 큐아논과 같은 음모론 운동을 잠재적인 국내 테러 위협이라고 선언하고 전투테러센터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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