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임의까지 파업 가세...대형병원 외래진료 80~90분 지연

[코로나 재확산 비상]

■ 소득없이 끝난 丁총리-의협 면담...의료대란 현실화하나

의협 "견해차 좁혀진게 없다" 26일 예정대로 집단행동

일부병원은 전공의 부족해 선별진료소 제한적 운영

복지부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개선방안 모색할 것"

서울대병원 전임의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병원 입구에서 정부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연합뉴스서울대병원 전임의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병원 입구에서 정부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대학병원 전공의와 전임의가 일제히 총파업에 나선 24일 서울 주요 대형병원에서는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가 제한적으로 가동하는 등 곳곳에서 환자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전공의 중 70%가 파업에 참여한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와 대한의사협회의 긴급면담 역시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무위로 끝난 탓에 26일 동네의원을 포함한 의협 총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서 국민들의 안전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서울 대학로 서울대병원 입구에는 지난 7일과 14일 전공의들이 1인시위를 하던 자리에 전임의들까지 나서 ‘체계적인 공공의료 마련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병원은 여느 때처럼 북적였는데 외래 진료과목에 따라 대기시간이 최장 80~90분까지 지연돼 환자들이 평소보다 10~20분 더 기다려야 했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내과 진료를 받으러 온 김모씨는 “오늘따라 진료를 보는 선생님들이 적은지 유난히 더 오래 걸리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입구에서 정부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전임의협의회 관계자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입구에서 정부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전임의협의회 관계자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병원 관계자는 “외래를 사전에 조정하기는 했지만 지연이 발생했다”며 “전공의 공백을 교수와 전임의들이 메꾸다 보니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회진도 주기가 길어지는 등 평소보다는 벅찬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와 응급실·중환자실 같은 필수 부문은 정상 운영됐다. 전공의들은 아예 손을 놓기보다는 환자들이 몰릴 때마다 필수 부문의 가동을 위해 유연하게 투입했다.


23일자로 전면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한 전공의들이 전날 밤 정 총리와의 긴급면담 이후 코로나19 진료 대응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선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일부 병원에서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1일 전공의 순차 파업 개시 이후 무증상자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중단한 서울성모병원은 이날 역시 이들을 보건소로 돌려보냈다.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바로 투입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까지 소식이 없어 선별진료소를 제한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8,679명의 전공의 가운데 근무하지 않은 인원이 6,021명으로 전체 인원의 69.4%가 근무에 참여하지 않았다. 해당 조사는 전체 전공의수련기관 200곳 중 151곳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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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전공의와 전문의들이 일제히 파업에 가담하며 전국 주요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외래 진료가 연기되거나 수술이 밀리는 등 불편과 불안을 몸소 겪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이날 전공의 파업 등 인력 부족으로 급하지 않은 수술 10건을 연기했다. 이 병원 전공의 500여명 중 상당수가 파업에 참여한 가운데 전임의 266명 중 16명도 이날 연차를 내면서 정상적인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급하지 않은 수술을 연기하고 있다”며 “응급하거나 중증 환자는 어떻게든 수술하려고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병원 산부인과 진료가 미뤄진 한 임신부는 “시급한 진료는 아니라지만 아이 상태는 항상 궁금한데 당장 진료를 못 받는다니 마음이 편치 않다”며 “불안정한 상황이 빨리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토로했다.

이날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못 받거나 사람의 생사가 넘나드는 의료 대란은 없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의료체계에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대형병원의 한 관계자는 “날이 갈수록 전임의들도 파업 참여가 확대될 것으로 보여 걱정스럽다”며 “교수 등이 맡고 있는 응급실도 당장은 버티겠지만, 장기화할 때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정 총리와 최대집 의협 회장 간 만남 역시 별 소득 없이 끝나며 의료계 총파업 장기화는 점점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회동 직후 최 회장은 “아직 견해차가 좁혀진 게 없다”며 예정된 26일 집단행동 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갈등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예상도 나온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긍정적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으며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 역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함께 논의해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도 “복지부와 의협 실무진 간에 구체적 내용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고 전했다. 의협이 26일 총파업에 나서더라도 이후 협상 과정에 따라 애초 계획한 사흘보다 일정을 줄이거나 3차 파업까지는 강행하지 않을 여지가 생긴 셈이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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