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文정부 비판 못 받아들여" 세종대왕 명언으로 직격한 英이코노미스트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영국의 대표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한국의 자유주의(진보) 통치자들이 내면의 권위주의를 발산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재인 정부와 여권 인사들의 통치 행태를 정면 비판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는 “(남을 향한) 비판적 태도를 뿜어내던 (문재인 정부가) 그것을 받아들일 의지는 없는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좌파 후임자로서 운동권 출신이자 인권 변호사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더불어민주당은 민주화 운동의 유산을 기려 더 평등하고, 개방적이며, 반대 의견에 관대한 정부를 만들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이런 좋은 의도가 시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정부에 반대 의견을 낸 사람들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건설적 대응을 하기보다 소송을 이끌어낸다”며 “지난해 언론기관을 상대로 한 민사 명예훼손 소송의 5분의1가량이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관련된 것이며, 이는 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더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에 비판적 의견을 낸 사람들에게 취해진 법적 조치 사례를 나열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청와대는 한 신문이 칼럼을 통해 문 대통령의 부인(김정숙 여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벌었고, 신문의 손을 들어준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며 “해당 칼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부부의 공식적 해외여행이 너무 잦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의견 표명은 정정보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청와대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어 “우파 유튜버는 문 정부의 전직 고위 관료였던 조국에 대한 루머(소문)을 퍼트렸다가 감옥에 갇혔다”고 했다. 해당 사건은 유튜버 우종창(63)씨가 조 전 장관의 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사례를 가리킨다. 지난 19일 국제 언론인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는 우씨의 석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임미리 교수 칼럼사건’도 예로 들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 정치학 교수가 민주당이 이기적이며, 자기 잇속만 차린다는 비판 칼럼을 쓰자 (당으로부터) 고발 당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의 대북 정책에 반대하는 탈북자 단체들이 비영리단체(NGO)의 지위를 상실한 점도 덧붙여 설명했다.

입법부의 문제도 짚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초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가 언론사에 ‘가짜뉴스’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을 발의했다”며 “1980년대 민주화 운동가에 대해 ‘왜곡된’ 역사적 기록을 처벌하기 위한 법안 발의도 검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권이 상대편의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 행태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선 진보학자 박경신 고려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들이 비판에 민감한 이유는 ‘진보진영와 보수언론 간의 오랜 복수’에서 비롯됐다”며 “한국의 좌파는 군사 독재에 맞섰다는 점에서 정치적 정체성을 쌓았으며, 그러한 약자라는 자아상을 벗지 못하고 자신들을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적들에 포위돼있다는 강박관념(siege mentality)’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때문에 상대 측 ‘표현의 자유’는 이들의 우선순위가 아니다”며 “최근 한국 정치와 언론이 전례 없는 양극화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이코노미스트는 “문재인 정부가 세종대왕의 말을 잘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라며 세종대왕이 1452년에 남긴 말을 인용해 에둘러 비판했다. 기사에는 말미에 적힌 어록은 이러했다. ‘나는 고결하지도, 통치에 능숙하지도 않소. 하늘의 뜻에 어긋날 때도 있을 것이오. 그러니 내 결점을 열심히 찾아보고, 내가 그 질책에 답하게 하시오.’

한편 이번 칼럼은 아시아 이슈를 분석하는 ‘반얀(Banyan)’이란 코너에 익명으로 작성됐고, ‘민감한 서울(Sensitive Seoul)’이라는 제목으로 인쇄본에 실렸다.

조예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