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노정희 대법관, 사법농단 관련 "법원행정처 문건 받은 적 없다" 개입 부인

이규진 상임위원 통화는 인정했으나 "재판 무관"

24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한 시민이 재판안내 게시판을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대응하기 위해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전국 법원에 24일부터 최소 2주간 휴정을 권고했지만 사법농단 관련 재판은 그대로 진행된다. /연합뉴스24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한 시민이 재판안내 게시판을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대응하기 위해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전국 법원에 24일부터 최소 2주간 휴정을 권고했지만 사법농단 관련 재판은 그대로 진행된다. /연합뉴스



노정희 대법관이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 공판에 현직 대법관 가운데 두 번째로 출석해 증언했다. 그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행정소송의 항소심을 재판할 당시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전화를 받은 적은 있지만 법원행정처로부터 자료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

노 대법관은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한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임 전 차장의 재판개입 혐의 중 노 대법관이 광주고법 재직 시절 옛 통합진보당 지방의회 의원의 퇴직처분 취소소송 관련 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통합진보당의 정당해산이 헌법재판소에서 결정된 후 법원행정처가 ‘국회의원의 지위존재 여부 판단권이 헌재가 아닌 법원에 있다’는 취지의 하급심 판결을 유도한 정황이 있다고 본다. 공소사실을 보면 임 전 차장 등은 2015년 1심 재판장에게 법원행정처의 판단을 담은 문건을 주고 이에 따라 판결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항소심에도 영향을 주기 위해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등이 노 대법관에게 전화로 문건을 보낸 게 아닌지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1심과 판결 내용이 동일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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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노 대법관은 이 전 상임위원과 전화통화하며 재판 이야기가 나온 적은 있지만 자세한 발언은 없었고 관련 문건을 받은 적도 없다고 증언했다. 그는 법원행정처 관계자로부터 이 사건 검토 문건을 받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재판 내용 자체가 의미가 있어서 법원행정처가 주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노 대법관은 이 전 실장으로부터 재판 관련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건을 받고 읽은 적이 없다”며 “아무리 기억을 뒤집어도 없고 시간이 지나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해도 그걸 다르게 기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전 상임위원과 통화하며 재판 이야기가 나온 적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판결과는 상관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통진당 지방의회 의원 사건이 계류 중이지 않냐고 이 전 상임위원이 물어보길래 그렇다고 답했다고 노 대법관은 증언했다. 그는 “이 전 상임위원이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으로 통진당 사건에 관해 회원들과 함께 공부를 한 적이 있다’고 운을 뗐다”며 “저로서는 사건에 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고 적절하지 않다 봤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 전 상임위원과 통화한 후 관련 소송 판결문을 조회한 데 대해 따져 묻자 노 대법관은 “그랬을 수도 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경위나 동기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이동원 대법관은 지난 11일 공판에 출석해 2016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을 맡을 당시 법원행정처로부터 관련 문건을 받았지만 판결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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