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독점하고 있는 주택 분양보증 시장을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지난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까지 주택분양보증 시장을 HUG가 독점하는 체제를 개선하도록 요구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현재 HUG가 분양보증 독점을 통해 사실상 분양를 통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만큼 검토 결과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주택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주택 분양보증 제도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과연 주택 분양보증 시장의 독점을 깰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됐는가를 보겠다는 취지다. 주택 분양보증은 건설사의 부도에 대비해 아파트 계약자들이 내는 분양대금을 보호하기 위한 보증이다. 현재 건설사 등 주택 사업자는 30가구 이상 주택을 선분양할 때 HUG의 분양보증이 있어야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고 분양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주택 분양보증 업무는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HUG가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는 HUG의 독점으로 인해 분양보증 수수료가 높은 데다 HUG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보증을 임의로 지연시키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HUG가 분양보증 업무를 하면서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한다는 불만이 높다. HUG가 제시하는 분양가에 맞추지 않을 경우 분양보증을 내주지 않아 입주자 공고를 낼 수 없게 되는 만큼 HUG가 정부의 분양가 관리 정책을 대신 수행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 은평구 수색6구역과 수색13구역은 최근 HUG로부터 3.3㎡당 1,970만원의 일반분양가를 통보받았다. 주민들은 경기 고양 덕은지구의 단지들과 비교해도 ‘차별’ 수준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4월 덕은지구에서 분양한 ‘DMC리버시티자이’와 ‘DMC리버포레자이’는 일반분양가가 2,583만원, 2,630만원으로 각각 책정됐다. 둔촌주공의 경우 최근 HUG와 분양가 줄다리기 후 끝내 선분양을 접기도 했다.
이번 연구용역 발주도 2017년 공정위가 HUG의 주택분양 보증시장 독점을 경쟁제한적 규제로 지목한데 따른 것이다. 당시 공정위는 국토부에 2020년, 즉 올해까지 독점체제를 개선하도록 요구했다. 이때 국토부는 공정위의 지적을 받아들이면서도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서’라는 단서를 달았다. 국토부 입장에서는 HUG의 독점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분양가 관리에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만약 국토부가 주택분양보증시장을 개방할 경우 업무는 SGI서울보증보험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주택 분양보증 업무는 HUG 외에 국토부 장관이 지정하는 보험회사가 수행할 수 있다. 보험회사는 ‘보증보험을 영위하는 보험사’로 돼 있는데, 현재 시장에는 SGI서울보증보험밖에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까지 주택 분양보증 시장 개방을 검토하기로 했기에 올해 내에는 이 사안에 대한 결론을 낼 것”이라며 “연구용역은 11월 중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하며, 지금으로선 어떠한 방향도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